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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錯視)와 착각(錯覺)
[1403호] 2018년 11월 22일 (목) 김홍춘 webmaster@boeuni.com

참 많은 낙엽을 쓸어본다. 유아원 뜰을 애기들 오기 전 일찍이 다양한 색들의 잎새들을 한빗자루 한빗자루를 쓸고쓸고 쓴다. 생각을 해본다. 이 다양한 색들을 저 나무들은 어찌 만들어 놓았을까? 지나던 노인이 한 말씀을 하신다. 힘들게 하지 말고 나무를 마구 흔들어 잎새들을 떨구라고. 웃으면서 한마디 건넨다. 이 나무 베어버릴까요? 노인이 웃으며 지나친다.
봄날 병아리 주둥이처럼 뾰족 나오던 그 모습이 여름을 지나 흔히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색깔로 변한다. 나무나 잎새나 태양의 광합성 때문에 성장을 하지만 단풍색 중 아름답게 보이는 노란단풍은 엽록소 중 카르티노이드, 빨간단풍은 안토시아닌이 만드는 색깔이다. 이러한 색깔들을 광합성이 받아들이지 않고 잎새들이 반사하기 때문에 우리 눈으로 반사된 색들을 아름답게 본다. 생물학적으로 착시일수도 있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잎새들을 보니 갑자기 오헨리가 쓴 ‘마지막 잎새’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잎새들이 떨어지던 11월쯤 우울증과 폐렴으로 병상에 드러누워 있던 존시는 친구에게 “저 나무 가지에 붙어 있는 마지막 잎새가 떨어지는 날 아마 나는 죽음을 맞이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친구 주우는 유명하지 않은 화가인 가난한 화가 노인에게 부탁해 잎새를 그려 친구의 병을 호전시켜 회복되었다는 나뭇잎 이야기이다. 혹한 중 그림을 그려 놓은 노인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과정을 주우는 후에 존시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한다. 잎새와 자신의 죽음을 함께 생각했던 존시는 착각과 착시를 혼돈하지 않았을까?
후한 말 때의 이야기다. 학자이며 장관인 응소라는 댁에 주부인 두선이 상관인 응소댁을 찾아뵙고 술자리를 취하도록 가졌다. 집으로 돌아간 두선은 병이 생겨 출근도 하지 못해 의원들도 원인을 알 수 없어 두선에게 물으니 두선 왈 “내 몸속에서 뱀들이 우글거려 도저히 살수가 없다”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상관인 응소는 당장 “내 집으로 데려오라” 명하고 함께했던 잔에 술자리를 똑같이 마련하고 두선에게 술잔을 놓고 “자네 그 잔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가”하고 묻자 잔을 보자 두선은 기겁을 하며 “큰 뱀이 있습니다”하자 응소는 “자세히 보게 나. 그것은 뱀이 아니라 자네가 이와 똑같이 함께 술잔을 나눌 때 내 뒤에 걸려 있던 활이 자네 술잔에 비추었을 뿐이네. 자내는 그것을 뱀이다 생각하여 지금의 병이 생겼을 뿐이네.” 그 후 물론 두선은 병이 나았다. 참으로 이 또한 착시일까 착각일까? 사자성어 중 배중사영(杯中蛇影) 이야기다.
조상 잘든 덕에 지방 현감으로 있던 사람의 이야기다. 평생 하나, 둘, 셋, 넷, 수를 세지 못하고 둘씩 싸잡아 한 쌍, 두 쌍...밖에 모르는 현감은 오리 기르기를 재미로 살았다. 어느 날 오리 중 한 마리를 하인이 잡아먹은 다음날 변함없이 현감은 오리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했다. 한 쌍 두 쌍...어쩌리. 쌍이 맞지 않자 현감은 몹시 화가 나 하인을 심하게 매질하며 “오리 한 마리가 모자라니 내일 중으로 짝을 맞추어 놓으라. 아니면 너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하니 하인은 그날 저녁 다시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이튿날 현감은 짝이 맞자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래서 형벌은 꼭 필요한 것이다”며 흡족해 했다. 과연 착시일까 착각일까?
사람은 태어날 때 부모로 시작해서 수많은 사람과 인간들을 만난다. 그들과 어떤 이유든 이별하고 헤어진다. 그러한 관계들 중 거의 서로의 착오와 착시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람과 인간관계에서 착각과 착시를 줄이기 위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도 필요할 것 같다. 서로의 상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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