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잘못 잡는 방과후 교육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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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잘못 잡는 방과후 교육활동
  • 보은신문
  • 승인 1998.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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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인(속리중학교 교사)
요즘은 초·중·고등학교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내용인즉 바로 방과후 교육활동의 활성화이다. 방과후 교육활동으란 말 그대로 학교에서의 정규수업이후의 특별활동을 의미한다.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교육은 입시위주의교육이 대부분이었고 그 때문에 개인의 다양한 개성이나 소질을 신장시키는 특별활동은 소홀하게 취급되어 왔다.

그리하여 학교 안에서는 획일적이고 반강제적인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이, 학교 밖에서는 불법과외와 학원이 창궐하면서 학생들은 단편적인 지식 습득을 하느라 힘들었고 학부모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대느라 허리가 휠 정도였다. 다행히도 이번에 정부에서는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뽑기 위하여 막대한 정부예산을 투입하면서까지 『고품질 저비용』의 방과후 교육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물론 이는 바람직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고품질 저비용』의 방과후 교육확동이 제대로 실시되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애초 의도가 바르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요즘은 학교현장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다. 방과후 교육확동을 적극 권장하는 교육부의 의도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째는 사교육비의 절감이요 둘째는 다양한 교육활동의 권장이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제까지 실시해온 획일적 보충수업과 형식적인 특별활동을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알차고 즐거운 고품질 저비용의 교내 과외와 다양한 교육활동을 제공하기 보다는 단순한 취미활동 수준의 방과후 교육활동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업성적이 부진한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은 불안한 나머지 학원을 찾게되고 아울러 학교에서 실시하는 취미활동수준의 방과후 교육활동비도 부담하게 되어 사교육비의 절감이라는 당초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오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교원들이 좀더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에 서서이 방과후 교육활동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이 때 현시점이 I.M.F구제금융시기이며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교육계는 다른 업종보다는 이 한파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계 스스로 살필 수 있는 자각과 그에 따른 책임감이 강조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현재 대부분의 초·중학교는 오후 4시면 정규수업이 끝난다. 따라서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한 시간 동안 방과후 교육활동을 실시할 수 있다.

획일적인 보충수업을 교육부가 강력하게 폐지할 것을 요구하기 이전에는 이 시간이 주로 보충수업에 할당되었었다. 물론 그러한 보충수업에 대해서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의해 별도의 보충수업비가 부과되었었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효과도 없는 보충수업을 폐지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방과후 교육활동을 활성화하는 이 중요한 시점에서 우리 모두는 법정 근무시간내에 이루어지는 교사들의 교육활동에 대해 별도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방과후 교육활동에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포함되도록 배려해야만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련의 합리적인 자기 성찰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우리는 결코 우리 모두가 그토록 열망하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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