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있는 고장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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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있는 고장을 만들자
  • 보은신문
  • 승인 1998.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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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국(마로 송현, 충북도 공무원교육원장)
우리는 지금 지방화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와 같은 중앙 중심의 획일적이고 능률 중심의 행정이 아니라 지역의 자율과 책임이 강조되는 지방자치의 시대인 동시에 지역의 다양성과 창조적 아이디어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시대이다. 즉, 그 지역을 어떠한 지역으로 개발할 것인가, 무엇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가 전적으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손에 달려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그 지역의 여건과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지역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나름대로의 독특한 산업과 문화적 특성을 개발한 지역만이 풍요롭고 활기찬 지역으로 발전할 수 있다. 게다가 WTO체제의 출범으로 세계는 이미 치열한 자유경쟁시대로 접어든지 오래 되었다.

우수하고 독특한 상품이면 세계 어느 지역이든 제한 없이 팔려 나가고 있으며 그렇지 못할 경우 여지없이 외국 상품에 시장을 내어 주어야 한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의 지방자치 단체들은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자기 지역의 얼굴이 될 만한 독특한 산품을 개발하고 이를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아직도 단체장이나 의원으로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을 뿐 근본적으로 달라진 시대적 변화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각 자치단체들은 아직도 과거와 같은 중앙 또는 상급 기관 의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들 또한 모든 것을 행정기관에서 알아서 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산품도 이렇다 할 만한 것이 없으며 매년 개최되는 축제는 단순한 문화행사, 체육행사로 일관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자. 구마모토 현의 구기노 촌은 인구라야 고작 2700명, 산업이라고는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으며 제조 업체는 2개에 불과한 낙후된 농촌이었다. 1985년 관광객 통계가 0명으로 표시되었을만큼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주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지역의 여건과 특성에 눈을 뜨고 개발 잠재력을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역내 어디서나 흔히 재배되고 있던 메밀을 지역의 얼굴로 개발하는 한편, 호텔과 세계 최대의 야외 음악당을 지어 전국에 알리기 시작한지 10년만에 연간 관광객 1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 명소가 되었고 98개의 시정촌 가운데 일약 몇째 안가는 부자 마을로 발전하였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가.

그들은 우선 자기들이 살고 있는 지역의 숨겨진 매력에 관심을 가졌다. 마을 뒤의 아소산 자락에 펼쳐진 깨끗하고 드넓은 풀밭을 이용하여 호텔과 야외 음악당을 짓고 어디서나 손쉽게 재배되고 있던 메밀의 집단재배를 통해 드넓은 메밀꽃 밭의 장관을 연출하여 관광자원화 하는 한편, 다양한 메밀식품의 개발, 메밀에 관한한 세계최고라고 할 수 있는 메밀박물관 건립등을 추진하여 메밀을 지역의 얼굴로 개발한 것이다.

지역의 문제를 지역주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려는 자립정신과 창조적 아이디어, 주민과 행정기관의 단합된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이제 우리도 우리 고장 보은을 다시 한번 살펴보아야 한다.

지역의 자원과 산품, 여건과 특성은 무엇인지를 세밀히 조사하고 마을별로 읍·면별로 자신들의 고장을 어떤 지역으로 만들 것인가를 설계해야 한다. 우리 고장 보은의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속리산으로 대표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서 나는 갖가지 산채와 약초, 야생화, 지역주민의 근면함과 성실성, 고을고을 전해 내려오는 전통 식품과 진흙 속의 진주처럼 묻혀져 있는 문화재와 전설,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중부 내륙 고속도로를 비롯한 각급 도로망이 확충되고 있어 지역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자원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자원의 활용방법에 대한 창조적 아이디어, 주민의 단합된 의지인 것이다. 흔히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부의 자본과 기업체를 유치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지역만의 것, 우리고장의 향내가 나는 것, 우리주민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고장의 산과 들, 주민들의 삶 자체가 관광자원화 되어야 한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유채꽃밭, 내장산의 단풍, 진해의 흐드러진 벚꽃, 금산의 인삼, 담양의 죽세공품, 한산의 모시등을 상상해 보자. 우리도 이제 전국제일 나아가 세계제일로 내세울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이것을 지역의 얼굴로 가꾸어 우리만의 산업을 일궈야 한다.

그 길만이 우리 고장을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고 매력 있는 고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온 군민이 하나가 되어 우리 주변을 다시금 되돌아보고 우리고장의 얼굴이 될만한 산품을 찾아보자. 그리고 우리 힘과 아이디어로 세계제일의 명품으로 가꾸어 나가자.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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