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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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하는 지혜
  • 보은신문
  • 승인 1998.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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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변호사, 회북 부수)
요즘 며느리중에는 제삿날이 다가오면 고심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제사음식만드는데 참석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버지는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고자 하는데 참석도 하지않거나 참석해도 절도 하지않는 아들이나 며느리가 있으면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비단 제사뿐만이 아니다. 결혼을 전통 혼례식으로 할 것인가, 신식으로 할 것인가, 교회에서 할 것인가, 사찰에서 할 것인가.

장례를 모셔야 하는데 자식들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전통식이냐, 약식이냐, 집에서 모시느냐, 영안실에 모시느냐. 나중에는 형제들간에 감정이 앞서고 싸움까지 하는 소동이 벌어진다.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옷 또는 생활한복을 입을 것인가, 양복을 입을 것인가. 어느 것을 고집하다간 부부간의 다툼은 말할 것도 없고 직장에서도 갈등이 있을 것이 뻔하다. 그야말로 큰 감정의 골이 쉽사리 생길 수 있는 함정이 우리 생활 곳곳에 숨어 있다.

그러므로 자칫하면 금가기 쉽고 깨어지기 쉬운 것이 요사이 집안 살림이다. 그것 뿐이랴 어느 대통령 후보는 호남사람이고 어느 누구는 영남사람이고 누구는 기독교인이고 누구는 불교인이고 이러한 식으로 딱 갈라놓고 얘기를 시작하니 더 이상의 할 일이 없다.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나라 같이 다양한 문화형태, 다양한 종교, 복잡한 연고주의 사회는 없을 듯 싶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을 한다.

우리 민족은 뭉치는가 싶으면 금방 흩어지고, 하나인가 싶으면 어느새 수십 개로 갈라지니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이러한 우리 사회가 더 큰 장래를 가져다 주리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고정된 틀 안에서 고민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않기 때문이고 의식이 정체된 사회는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사를 맞이해서는 이렇게 생각하자. 제시의 진정한 의미는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자식 사랑하는 숭고한 정신을 추모하며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니 그 방법에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라고. 장례를 모심에는 돌아가신 분이 편안히 갈 수 있고 집안사람 편하고 문상객 소홀함이 없이 모실 수 있으면 그 절차야 대수인가.

정치를 잘하고 경제를 살리는 후보가 최고이지, 종교가 어떻고 출신이 어디이고가 무슨 상관이냐고 크게 생각하자. 시집, 장가 잘가서 잘 사는 것이 중요하지 예식단계에서 쪽박 깰일이 아니잖은가. 이렇게 한 마음 돌릴 때마다 거기에 화합이 있고 한 단계 오르는 발전이 있다. 문화와 의식의 다양함속에 진리에로 들어가는 길이 있고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묘용이 있는 것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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