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仲秋佳節(중추가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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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仲秋佳節(중추가절)에
  • 김종예(시인)
  • 승인 2017.09.28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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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내내 생기롭게 약동하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기척도 없이 바래지던 구월이 지나간다. 만산홍엽의 시월을 안고 오느라 힘겨운지 조용히 흔들리고 있는 나뭇잎과 나뭇가지들! 장독대 아래에 터를 잡은 소국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의 몸짓으로 고운 빛을 발하고, 푸르른 창공도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하늘 바람을 보내주며 코스모스를 피워내고 있다. 그다지도 곤혹스럽던 더위조차 서서히 뇌리에서 사라지며,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던 풍요롭고 아름다운 지절에 푹 빠져서 한가위를 맞이하는 요즘이다.
해마다 명절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고사성어가 있다. 遠水不救近火(원수불구근화)라는 한문숙어인데, 풀이하면 ‘먼 곳의 물로는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수가 없다’는 뜻이다.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은 현대인에게 급한 상황이 닥쳐온다면, 오히려 이웃만도 못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암시적인 교훈이다. 가족들이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수고했음에도 생각대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가 쉽지 않은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가정을 온전히 세우는 것은 단지 사람의 노력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을 세우신 그 분의 은혜와 인도하심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성경에는 ‘세우신 분이 가정을 관여하지 않으시면 세운자의 수고가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하시면서, 한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생령수 같은 은혜의 말씀을 수없이 남기셨다. 우주자연의 순환법칙에 근간을 두는 평범한 가정과 가족이야말로 어찌 보면 가장 절대적인 축복의 대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가족끼리는 불평불만의 씨앗을 함부로 떨어트리지 말아야 하며, 이해와 배려의 사다리를 매일 굳건히 세워서 감사의 텃밭을 가꿔야 하기 때문이다. 혼밥, 혼술, 혼즐 같은 파생어가 생겨날 정도로 개인주의 삶을 지향하는 현세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여호와의 천지창조와 인간창조의 섭리와 원칙은 피할 수 없는 우주의 질서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교적 도덕윤리의 가르침에도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면 9가지 필요불가결의 덕목이 있다고 명시하였다. 즉, 사랑 화평 인내 자비 양선 충성 온유 절제 믿음이 그것이다. 가족의 companion을 존속시켜 주는 이 덕목들은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가족 종합비타민이라 하겠다. 신의 축복과 은혜의 공동체가 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 인연인 가족이라는 울타리!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며 동고동락해야 아름답게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정이라는 울타리! 아무리 힘겹고 진부한 삶이라 하더라도... 우리네 여정의 마지막 치유와 배웅을 받을 곳은 내 가정 내 가족의 울타리뿐이기 때문이리라.   
한가위와 맞물려 여유 만만한 황금연휴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명절에 가족들이 나누어야 할 진솔한 선물은 단계적으로 가격을 매기는 상품화가 아니라, 서로의 따뜻한 마음 하나이면 충분하다. 사랑의 마음으로 서로를 어루만져 주는 진솔한 대화이면 충분하리라. 이번 황금연휴야말로 서로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주는 옹달샘 같은 청정한 시간으로 삼음이 정녕 마땅하지 않을까!
모쪼록 망망대해 저 너른 들판에 요동치는 황금물결이 하늘소리로 익어가는 아름다운 중추가절에! 둥두럿이 떠오르는 은은한 보름달이 보은군민 모두의 가슴에 환하게 비추기를... 가정이라는 무형굴뚝에 행복이라는 군불을 뜨겁게 지피시는 즐거운 한가위 되시기를 기원 드립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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