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다툼도 척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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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다툼도 척질 수 있다
  • 최동철
  • 승인 2017.08.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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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달팽이는 뿔이 넷이다. 머리 위에 한 쌍의 큰 더듬이와 그 아래 한 쌍의 작은 더듬이가 있다. 큰 더듬이 끝 뭉뚝한 곳에는 눈이 있다. 사람처럼 사물을 볼 수는 없고 밝고 어두운 상태만 파악할 수 있다. 작은 더듬이는 냄새, 기온, 바람, 먹이, 천적 등을 알아내는 역할을 한다.

그러다보니 추켜세운 더듬이 넷이 쉴 새 없이 사방팔방 엇갈리고 끄덕거리며 움직인다. 옛날 사람들 눈에 이런 모습이 더듬이들끼리 서로 다투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와우각상쟁(蝸牛角上爭), 와각지쟁(蝸角之爭)이라 했다. 별것 아닌 사소한 일로 서로 다투는 짓을 이른다.

춘추전국시대 양나라 혜왕과 제나라 위왕 사이 ‘배신의 정치’와 관련된 고사에서 비롯됐다. 장자 칙양편에 실려 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시비곡절 모두 달팽이 뿔 위에서 벌어지는 것과 같이 부질없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의 우화다.

조선시대 풍류(風流) 방랑시인 김삿갓처럼, 정치나 사회 현상을 풍자했던 당나라 최고의 풍유(諷諭) 민중시인, 백낙천(백거이)도 와각지쟁의 고사를 빗댄 시구를 이같이 읊었다. 술잔을 든다는 연작시, ‘대주(對酒)’ 두 번째에서다.

蝸牛角相爭何事(와우각상쟁하사)/ 石火光中寄此身(석화광중기차신)/ 隨富隨貧且歡樂(수부수빈차환락)/ 不開口笑是癡人.(불개구소시치인)

달팽이 뿔 위에서 무엇을 다투는가/ 부싯돌 불꽃처럼 짧은 순간 살거늘/ 풍족한 대로, 부족한 대로 즐기며 살자/ 입 벌려 웃을 줄 모르는 사람은 바보다.

이 ‘와각지쟁’ 시는 현대그룹 창업자 고 정주영 회장의 살아생전 애송시로도 유명하다, 걱정거리가 생겨 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즐겨 암송하며 자신감과 용기를 스스로 북돋웠던 것으로 알려진다.

각설하고, 선거 때가 되면 각 출마 후보 간에 ‘와각지쟁’같은 다툼이 비일비재 벌어지기 마련이다. 소신과 정책, 타협과 조정, 협상과 양보가 정치 근간이고 그것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선거판’만 펼쳐지면 이내 목불인견(目不忍見)을 연출하곤 한다.

평소 안면 있던 사람끼리, 원수처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낸다. 상대방 아픈 곳을 찾아내 흠집 내기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소속 당이 같은데도 그러하고, 한 때 한솥밥 먹던 사이인데도 그렇게들 한다.

의견과 지향하는 정책적 목표가 다를지라도 ‘보은군 발전’이라는 명제는 결국 한 몸체 달팽이와 같은데도 머리 위 뿔 두 개처럼 서로 죽이겠다고 난리를 친다. 어쨌든 명심할 것은 사소한 다툼도 원수지간처럼 척질 수 있으므로 지켜야 할 기본 도리는 절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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