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 같은 세월은 잡을 수 없고 막을 수 없다.
삼한사온 추위에도 봄은 꿈나라다. 동·식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소곤소곤 속삭이며 춘식을 자랑한다. 기러기 때는 줄지어서 북청 하늘로 날아가고 지지배배 강남갔던 제비도 아름다운 계절이라고 바다 건너 강을 건너 남쪽으로 창문 닫고, 예쁜 새끼 종종 길러 옹기종기 예쁘게 남쪽 나라 떠날 때 줄지어서 가려무나.
양풍이 완연하니 꽃샘바람 품안을 파고든다. 만화 요초 기지개화 피고 푸름 꿈속 깨어난다.
사계절 질긴 생명 줄로 땅 속을 뚫는 아픔, 아픈 만큼 크는 것, 아픔과 슬픔과 행복이 없으면 이것은 모두가 무일뿐이다.
머지않아 춘난이 청청한 머리 화들짝 풀어 헤치고 잎은 가고 꽃 대궐만 남아 있을 것이다. 잎은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잎을 못 보는 것이 춘난이라 했다.
만화 요초는 때가 되면 다시 소생하나 동물은 한 번 가면 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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