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시의 독립지사
상태바
평상시의 독립지사
  • 보은신문
  • 승인 1998.01.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영수(변호사, 회북 부수)
우리나라는 요사이 경제신탁통치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자신이 스스로 경제를 통치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요구에 의해 어거지로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가고 있는 것이다. 역사라고 하는 것은 막연한 것 같으면서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정한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아 때로는 섬뜩함을 느끼는 때가 종종 있다. 다시 말하자면 자시의 속병을 치유할 수 없을 때에는 어떠한 모양이든지 외부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와 같은 법칙은 지역사회의 경우에도 똑같이 작용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특히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있는 이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경제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국가 또는 상급자치단체에 그만치 더욱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똘똘 뭉치지 않고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자치단체는 이웃 자치단체로부터도 없신여김을 받게 마련이다. 우리는 작금의 우리 현실을 보고 정치인을 탓하지 않고, 경제관료를 욕하지 않으며, 대기업을 경영하는 재벌의 형태를 질타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한다.

나라 걱정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안락을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어느 누구도 속편한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와같이 여럿이 모여 지도급인사를 탓하는 사람, 식당에 모여 술안주로 정치인을 질타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주인된 주문으로서 또는 국민으로서 그에 걸맞게 행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인에게 정치를 맡기고, 경제관료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고, 군수, 군의회 의원에게 지역의 일을 모두 맡겨 놓고 주민은 무엇을 하였는지?

선거때나 되어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이 주인된 주민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자신이 민원을 원만히 해결해 주지 않는다하여 그것을 불평하는 것이 주인의 역할이 아닌 것이다. 주인은 일꾼에게 일은 맡기되 항상 일꾼을 감독하여 방임하지 않게하고, 자신이 원하는 지침을 제시해 주어 바르게 일을 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주인이 일을 맡겨 놓고 잠만 자는데 고용된 일꾼 어느 누가 주인을 두려워 하고 착실히 일을 하겠는가 말이다.

민주사회, 자치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사회나 지역의 공공의 선,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면서도 자신의 이해를 초월하여 항상 참여하는 사람이다. 그들만이 진정하게 민주사회의 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모든 이들의 경제문제를 걱정한다. 지역의 문화에 대하여 앞장서서 걱정하고 현재와 미래의 환경을 염려하며, 후손들의 교육문제를 제기하고 그 해결방법을 제시하며 앞서서 실천한다.

선진화되고 민주화된 사회, 지방자치가 발달된 나라의 국민이나 주민들은 이와같은 주민들로 꽉 차 있다. 그러하기 때문에 나라가 썩지 않고, 지역이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군사정권이후 그러한 순수한 주인들의 모임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각종 환경운동단체, 시민운동단체등이 그것이다.

충북에도 전국에서 최초의 순수시민 운동단체라고 할 수 있는 청주시민회를 비롯하여 청주경실련, 청주환경운동연합등이 있어 청주를 바르게 가꾸어 가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충주시민모임. 남한강 환경운동연합등이 있으며, 제천에 제천시민연합, 증평에 증평시민회등이 있어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것이다. 나라를 잃었을 때만이 독립지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의로운 백성은 오히려 평상시의 자신의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을 희생하여 나라를 잃지 않게하는 것이다.

<정이품송>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