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은, 내가 문화재청에 근무할 때 그쪽 지역의 최남단으로 출장을 갔다. 양쪽 군(郡) 사이에는 바다를 가로지른 대교가 있다. 여름이라 무척 더워서 군청 간부를 비롯한 직원들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가자고 하여 가까이 있는 가게에 들렀다. 가게에서 그 간부는 “없네. 없네” 하면서 그냥 다른 데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내가 보니 그 가게에는 시원한 음료수 병과 캔으로 가득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타도의 제품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전주에서 내가 소개를 받고 전주이씨 원로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가 전주이씨 무슨 파라고 이야기 했더니 더욱 손을 꼭 쥐면서 “종씨는 우리 전라도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요” 하는 것이었다.
좌우간 그 사람들은 애향심이 특별나서 타 지역인이 그쪽 기역인과 결혼이라도 하면 “우리 식구가 하나 늘었다”면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러한 일은 어쩌면 애향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향심도 지극하면 지역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자기 이외의 남이나, 타 지역을 배려하지 않은 애고이즘이다. 특히 지역이기주의는 국가통합에 절대 부정적인 장애요소가 된다. 노무현씨는 호남 지역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김대중 만큼 호남지역을 특별배려해주지 않았다. 이에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가 “노무현을 찍은 내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고 분노했다. 가까운 출판계의 한 유명 원로도 공공연히 손가락을 내놓고 똑 같은 말을 했다. 이런 것을 두고 지독한 지역이기주의라고 한다. 김대중 정권 이후 호남지방에 국가유공자가 총 70만명이라는 말도 들린다. 수학여행 놀이 갔다가 세월호 침몰로 죽은 아이들에 대한 보상금이 일인당 10억원이 넘는다는데 국방의무를 지고 근무하다 죽은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자들보다 엄청나게 더 많은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도 지독한 지역이기주의가 연류되어 있지나 않은지? 특히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같은 지역민이라고 해서 유죄를 무죄로 하는 것 같은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런 것은 제도적으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동일지역 재판관을 제척사유로 배제시킴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지독한 지역이기주의는 사시적인 눈으로 본 것일 뿐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제발, 이러한 사실들이 지역 전체에 흐르는 지독한 지역이기주의 현상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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