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지역 이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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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지역 이기주의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7.01.2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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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만 해도 나는 참 어리숙하게 생기고 세상물정도 잘 몰랐다. 국방부에서는 별 볼일 없는 부서에서 근무하던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소위 노른자위라는 민원부서인 모과로 발령이 났다. 나는 그 과의 이름만 보고 대충 뭘 하는 곳인지 짐작만 했을 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다만 직원이 임시직 까지 합쳐서 약 40여명으로 어느 다른과 보다도 월등히 많았다. 그런데 그 과에는 과장이 소위 저 남쪽 출신이었는데 몇 명을 빼고는 임시직원들 까지 거의 모두가 그쪽 출신들이었다. 강원도, 경상도, 충청도, 이북 출신의 현역, 또는 일반직, 임시직이 각각 1명 혹은 2명이 끼어있었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워낙 어리숙하게 생겨먹었기 때문에 나를 특별히 뽑아서 도별 구색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그들의 뭉침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곧 알게 되었다. 즉, 전날 군산상고와 대구상고 야구시합이 있었던 모양인데 자기들 지역편이 이겼다고 했다. 좌우간 그 이튿날 우리 과는 난리가 나고 난장판이 되었다. 과장, 계장 할 것 없이 종일토록 야구시합 장면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통쾌감을 토로하면서 아예 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별 관심 없는 우리 몇몇은 그냥 멍하기만 했다.
한번은, 내가 문화재청에 근무할 때 그쪽 지역의 최남단으로 출장을 갔다. 양쪽 군(郡) 사이에는 바다를 가로지른 대교가 있다. 여름이라 무척 더워서 군청 간부를 비롯한 직원들은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가자고 하여 가까이 있는 가게에 들렀다. 가게에서 그 간부는 “없네. 없네” 하면서 그냥 다른 데로 데리고 가는 것이었다. 내가 보니 그 가게에는 시원한 음료수 병과 캔으로 가득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것은 모두 타도의 제품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전주에서 내가 소개를 받고 전주이씨 원로와 인사를 나누었는데 내가 전주이씨 무슨 파라고 이야기 했더니 더욱 손을 꼭 쥐면서 “종씨는 우리 전라도를 절대 잊어서는 안되요” 하는 것이었다.
좌우간 그 사람들은 애향심이 특별나서 타 지역인이 그쪽 기역인과 결혼이라도 하면 “우리 식구가 하나 늘었다”면서 동네잔치가 벌어진다는 소리도 들었다.
이러한 일은 어쩌면 애향심의 표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애향심도 지극하면 지역이기주의에 빠지게 된다. 그것은 자기 이외의 남이나, 타 지역을 배려하지 않은 애고이즘이다. 특히 지역이기주의는 국가통합에 절대 부정적인 장애요소가 된다. 노무현씨는 호남 지역 사람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 김대중 만큼 호남지역을 특별배려해주지 않았다. 이에 그 지역 사람들은 모두가 “노무현을 찍은 내 손가락을 분질러 버리고 싶다.”고 분노했다. 가까운 출판계의 한 유명 원로도 공공연히 손가락을 내놓고 똑 같은 말을 했다. 이런 것을 두고 지독한 지역이기주의라고 한다. 김대중 정권 이후 호남지방에 국가유공자가 총 70만명이라는 말도 들린다. 수학여행 놀이 갔다가 세월호 침몰로 죽은 아이들에 대한 보상금이 일인당 10억원이 넘는다는데 국방의무를 지고 근무하다 죽은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자들보다 엄청나게 더 많은 보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도 지독한 지역이기주의가 연류되어 있지나 않은지? 특히 재판과정에서 판사가 같은 지역민이라고 해서 유죄를 무죄로 하는 것 같은 모습을 종종 보는데 이런 것은 제도적으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동일지역 재판관을 제척사유로 배제시킴이 옳다고 본다. 그래야 지역감정을 해소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지독한 지역이기주의는 사시적인 눈으로 본 것일 뿐이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제발, 이러한 사실들이 지역 전체에 흐르는 지독한 지역이기주의 현상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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