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불청객
상태바
겨울 불청객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7.01.12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연말부터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소한이 지났는데도 춥지를 않다. 예년 같으면 냇물이 얼어도 한 뼘은 넘게 얼었을 텐데 아직도 얼지를 않고 있다. 내가 평생을 살아 온 고향 동네는 냇물이 마을을 한 바퀴 돌아 흐르고 그 끝에 농수용 보가 있어서 냇물이 얼게 되면 마을은 냉동실에 갇힌 것처럼 되어버려서 다른 곳 보다는 더 추운 겨울이 되는 것 같은데 그런 탓인지 감나무 같이 추위 약한 것들은 견디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대신 보에 갇힌 냇물은 꽤 넓은 얼음판을 만들어 주기 때문에 나도 그랬지만 우리 아이들도 어렸을 적에는 거기서 설매 타고 고기도 잡으며 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훌륭한 놀이터였다. 지금은 꽁꽁 언다 해도 그 곳에서 놀 아이들도 없거니와 이 번 겨울엔 아직도 얼지 않고 있으니 앞으로 남은 겨울이 어떻게 될 런지 모르겠지만 소한이 지나도록 냇물이 얼지 않고 있다는 것은 평생에도 흔치 않은 일이 아닌가 싶다. 날씨 만 포근한 것이 아니라 이렇다 할 눈도 아직 오지를 않았고 오히려 비가내리는 판국이고 보면 이상 기온이라 해도 좋을 만한데 옛날 보리농사를 지을 때 같으면 겨울에 눈이 많이 쌓여야 가뭄도 해소 되고 보리가 얼지를 않아서 풍년이 든다고 눈이 쌓여 있기를 바랐는데 지금은 눈이 내리면 교통만 어려워지게 되니 눈이 내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것도 나무랄 수가 없다.
그런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이렇게 이상 기온이라 할 만 한 것이 자연 환경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사람의 잘못으로 인한 때문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난 해 평균 기온이 기상 관측 사상 제일 높았다고 하니 이런 일들이 우리 모두의 공연한 우려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양 극의 얼음이 녹아서 해 수면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나 아열대 어족이 우리나라 바다에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든 날씨가 춥지를 않고 눈도 없으니 생활하기가 훨씬 수월 한 것은 사실이다. 겨울은 추워야 하고 겨울다워야 한다고는 해도 요즘 같이 겨울 날씨가 춥지를 않은 것은 우리 같은 서민들이 생활 하는데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우선 난방비가 절감되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되고 추워서 방 안에만 웅크리고 있어야 하는 것보다는 산책도 하고 운동도 하기가 좋아서 건강에도 도움을 주니 말이다. 물론 눈도 오지 않고 날씨가 춥지 않은 것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에 따르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춥지 않은 겨울을 좋다고 할 터이니 그런 이유로도 올 같이 춥지 않은 겨울을 좋다고 해도 괜찮을 것 이라는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며칠 전 뉴스를 들으니 겨울 축제를 준비 해 온 지방이나 단체에서는 요즘 날씨 때문에 행사를 미루거나 포기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리고 겨울 한철 벌어서 일 년을 먹고 살아야 하는 이들에게는 요즘 날씨가 야속 할 수밖에 없어도 그러나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소대한 철이니 언제 동장군이 찾아와 제자리 잡고 호통 칠지 모르는 일이고 보면 한추위를 대비해야 하기도 할 것 같다.
머리가 좀 무거운 것을 보니 불청객이 찾아 올 모양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가 찾아오기 마련인데 젊은이들에게는 좀 고통스럽다 해도 체력으로 이길 수 있는 아는 병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어도 어린이나 노인들은 그렇지를 못하니 그래서 걱정이다. 아무리 문전박대 하고 손사래 쳐가며 막아도 기어이 비집고 들려는 이놈은 무례하기 짝이 없다. 또 한 번 들어오면 아무리 쫓아내려 해도 가라는 가랑비를 있으라는 이슬비로 대꾸하며 버티는 사돈보다도 더 밉지만 어쩔 도리가 없으니 그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예 못 오게 하는 것이 상책인데 이도 고양이 목에 방울 다는 것만큼이나 어려우니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인데 그렇다고 그냥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으니 찾아오면 내가 피할 방법이라도 마련 해 두는 것이 더 현명 할 것 같다.
희망찬 새해라는 말이 무색 하게도 어수선한 시국을 그대로 떠안고 새해를 맞은 지도 한 순이 지났다. 촛불 집회는 여전히 열렸고 시국을 어지럽힌 이들은 하나 같이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는가하면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니 국민들의 분노가 사그러들지 않는 까닭이 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진상이 밝혀지고 시국이 안정 되어 이 나라의 여명을 깨우는 닭소리도 들을 수 있어서 마음도 포근한 이 겨울 이었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