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RPC통합 승인 보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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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농협 RPC통합 승인 보류 왜?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12.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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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빠진 통합…내년도 장담 못해
남보은과 보은농협의 RPC(미곡종합처리장) 통합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안으로 두 농협이 보은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을 출범시키고 통합 법인이 업무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보은농협이 사업승인을 내년으로 유보했다.
내년 초 보은농협 대의원총회에서 통합승인을 이끌어도 남은 일정을 감안하면 조합공동사업법인이 벼 수매까지 진행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법인 설립인가를 신청해야하고 설비보완과 시설현대화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등 쉽지 않은 일정이다.
보은농협은 지난 11월 말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고 미곡종합처리장 통합안을 상정했다. 그러나 참석 대의원 110명 중 70명이 사업승인을 보류하자는 주장에 지지를 보내 승인이 미뤄졌다. 보은농협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말 예정된 대의원 총회에 이 안건을 재상정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미곡종합처리장 통합 승인을 한 남보은농협과 비교가 된다.

남보은RPC는 미운오리(?)
보은농협 대의원들이 통합을 보류한 이유는 뭘까. 이날 총회에선 통합에 따른 지원으로 시설을 현대화하고 쌀 품질을 올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좀 더 시간을 갖고 예상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좀 더 고민해보자는 주장이 대립했다.
보은농협의 한 대의원은 “현재의 기계를 사용할 수 있는 2년 정도 유예기간을 갖자는 것이다. 또 두 농협의 적자폭이 어느 정도까지 줄었을 때 통합해도 늦지 않다”고 했다. 이날 총회를 지켜본 농협관계자는 “보은농협 대의원들은 적자 폭이 큰 남보은농협과 엮이는 것을 바라지 않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두 농협은 2012년 이후 쌀 판매로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지만 격차가 꽤 크게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보은농협은 3억, 남보은농협은 1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전국적으로 쌀 판매 어려움으로 홍역을 치르는 가운데 벼 수매량이 보은농협보다 더 많은 남보은농협의 손실이 더 크지 않을 수 없다. 또 보은농협은 수매물량 중 생산량이 삼광보다 많은 대보의 비율이 10%(삼광보다 가격5000원↓)인 반면 남보은은 대보의 비중이 50%(3000원↓)다. 이렇다보니 2000원 더 높은 남보은농협에 대보를 지은 농가들이 몰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8년부터 대보품종은 정부비축미 수매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알려져 위축이 예상된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보은농협보다 원료곡 판매의 비중이 높은 것도 남보은의 적자 폭을 가중시킨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 시설 현대화가 더 다급한 점도 남보은으로선 통합을 서두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런 저런 사유로 적자행진이 멈출 줄 모르면서 내심 남보은 대의원 사이에선 제한수매를 하던지 아예 벼 수매를 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온다.

통합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
보은농협 대의원은 통합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통합해도 적자가 흑자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다. 통합한 독립법인체는 지금의 농협처럼 조합장이나 임직원이 책임감을 가지지 않는다. 전량수매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관에 전량수매를 명시해야 한다.”
두 조합 수뇌부가 통합을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보다 지원이다. 보조금과 융자 지원으로 다급한 시설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통합하지 않고 단독으로는 50~70억 들 수 있는 시설현대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또 통합은 벼 건조저장시설 지원과 계약재배 부분에서도 우대받을 수 있다. 특히 ‘결초보은’ 공동브랜드가 탄생함에 따라 보은군과 결탁해 마케팅과 홍보에도 집중할 수 있다. 단일창구가 생겨 군 차원의 지원도 바라볼 수 있겠다.
하지만 벼 재배 농민 입장에선 수매량과 책임소재, 수매가격 측면에서 불안하다. 지금처럼 전량수매 한다는 보장이 없다. 공동법인체 최대 주주는 남보은농협(지분 55%)과 보은농협(지분 45%)이지만 법인체는 일단 한 다리 건넌다. 책임 추궁 시 조합장에게 직접 묻기 애매하고 책임을 떠넘길 수 있다. 물량이 많은 점도 부담일수 있다. 법인체가 주주농협에 의탁할 수 있는 등 단점도 적지 않다.
농협관계자는 “농업현안에 대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RPC통합은 마무리된 부분으로 이젠 정책방향이 6차 산업으로 옮겨갔다”며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은 시설을 현대화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통합 외엔 달리 선택지가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통합에 앞서 두 조합은 2009년부터 통합을 꾀했지만 흐지부지 끝났다. 2012년에는 미곡처리장 설치 장소와 품종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두 조합장의 성향이 달랐고 자존심도 한몫했다. 하지만 2015년 조합장이 바뀌면서 통합에 힘을 실었다.
이젠 보은농협 대의원들에게 공이 넘어갔다. 이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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