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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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12.22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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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진실의 개념에 대해 인터넷을 뒤져봤다. 이에 의하면 사실은 ‘실제 있었던 일’ 또는 ‘현재 있는 일’을 말한다. 사실이 아닌 것은 ‘허구’인데 진실이 아닌 것은 ‘거짓’이다. ‘사실’은 ‘일’을 말하는 것이고 ‘진실’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거짓과 진실은 극명하게 구별되지만 사실과 진실의 개념은 경계가 모호한 개념일 것이다.
생각을 돌려 사실의 개념은 이성으로, 진실의 개념은 감성으로 치환하며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성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객관적인 사람과 감성만이 가득 차 있는 주관적인 사람이 충돌하면. 서로의 것을 양보할 줄 모르며 최고로 여길 때 그 간극은 결코 좁혀지지 않겠지만 서로의 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일 때 그 간극은 좁혀지고 서로가 합해지는 선한 결말을 가져온다.
적절한 비유일진 모르나 보은군이 추진하는 미술관과 박물관, 전승체험관, 공원시설 건립 사업은 예술문화와 현실 사이,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고민을 안겨준 사례일수 있다. 지자체 대다수가 그렇듯 보은군은 의존재원이 매우 높다. 이 사업에 들어갈 122억원의 예산은 보은군 입장에서 적은 예산이 아니다. 국비가 50억, 나머지는 균특예산(도와 군 비율 6대4 매칭)에서 부담한다지만 지은 후에도 매년 5~7억원의 관리비와 운영비 등이 계속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듭 숙고해야 한다.
어느 한쪽에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예산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한해 보은군 예산 3000여억 원 중 고정비를 뺀 나머지 가용예산을 갖고 우선순위를 매겨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하는데 과연 미술관 건립이 시급한 사업인지 더욱이 전국적으로 미술관에 대한 평균 입장객을 유추하면 수긍이 쉽지 않다. 실시설계용역비를 집행 중이기 때문에 멈추기에 늦었다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미루거나 재고를 검토해주었으면 하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더욱이 절차에 하자 논란도 있지 않은가. 물론 다른 지역자원과 연계하는 것이라면 달리 볼 여지가 많다. 또 예술 작품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짜릿한 전율을 가져다주는 무형의 가치 등을 생각하면 감성적으로 접근해 욕심낼 수 있다.
지난주 ‘미활용 지역자원 개발을 통한 보은 발전’이란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보은군 미활용자원에 동학, 삼년산성, 법주사, 속리산, 탄부평야, 보청천, 한국화약, 대청호 등이 선정됐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부지면적 36만㎡의 보은군 체육시설물도 빠질 수 없어 보인다. 좋든 싫든 시설물을 적극 활용해야 할 운명이 주어진 셈이다. 군은 마로면 탄광 폐쇄 보상으로 보은공설운동장과 수영장 체육관을 조성한 후 스포츠파크를 추가했다. 관광지와 자연환경, 여기에 스포츠 대회 및 전지훈련 유치를 접목시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의도다.
훗날 시간은 어느 편일까. 보은군의 스포츠 역점에 대해 일각에선 부정적,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폄하하는 것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스포츠 파급효과를 좀 더 체감 못시킨 책임도 크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다면 도움은 제쳐두고 의욕을 꺾는 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가령 예산심의는 의회 권한이지만 선심성 예산이라는 명분으로 대안 없이 약속된 대회 예산을 싹둑 자르는 것은 ‘누군가 미워서’ 또는 무언가는 삭감해야 하기 때문에 잘랐다 생각할 수도 있다. 대회 같은 것 필요 없고 주민만 시설물을 잘 이용해도 된다는 인식전환을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올해 이슈였던 공설자연장지와 일방통행도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면, 토론회를 갖는다면 무슨 말들이 오갈까. 조용한 다수의 생각은. 이해관계나 감정이 앞서 진실을 못 보는 것은 아닌지 한편으로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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