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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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 김정범 내북면 노인회장
  • 승인 2016.12.15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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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에는 촛불은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만큼 귀했다. 석유램프도 부럽던 시절 호롱불이 어둠을 밝히는 조명의 전부였는데 그나마 석유도 구입하기가 쉽지 않아서 석유가 떨어지면 불을 켜지 못하는 낭패를 겪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항상 군용 지프차에 예비 연료용으로 달고 다니던 스페어 깡이라고 하는 기름통에다 석유를 준비 해 놓곤 하였는데 전기가 들어오게 되어 전등을 켜게 되니 30촉 백열등도 대낮과 같은 마음이었다.
지금은 양초의 원료가 무엇인지 몰라도 전에는 소나 고래와 같은 동물의 기름이라고 하는데 토종벌을 몇 통 기르던 우리 집에서는 꿀을 뜬 다음 거기서 나온 밀랍을 녹여서 초를 만들어 써보기도 했는데 이것이 내가 어려서 본 촛불의 전부인 것 같고 촛불을 조명용으로 사용 해본 적은 거의 기억이 없다.
촛불의 원래의 목적은 밤의 어둠을 밝히는데 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본래 목적의 필요성은 없어졌다고 해도 그 용도와 의미는 다양 한 것 같다. 며칠 전에도 어느 행사에 참석하였더니 축하연 다과 테이블마다 유리그릇에 물을 담고 꽃잎을 띄워 그 위에 조그만 촛불을 놓은 것이 그렇게 운치 있어 보여 나도 이 번 성탄절 날 식탁 위에 만들어 놓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이렇듯 촛불은 축하의 자리 뿐 아니라 자신을 태워 희생하면서 빛을 내는 본질 때문인지 사랑이나 기원 그리고 애도의 자리에도 함께 하게 마련이어서 이렇듯 우리들 생활 속에 있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에 와서는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사명을 다시 찾아가고 있다. 어느 시대 세상이 어둡다며 낮에도 등불을 들고 다녔다는 이야기처럼 요즘 한국도 세상이 어두워 졌으니 대한민국을 다시 밝히자고 국민이 촛불을 들었으니 말이다. 2002년 미군 장갑차가 여중생 2명을 치어 죽게 하였을 때에도 온 국민이 애도하며 촛불을 들고 불의에 저항하였는데 그래서 촛불은 불의에 저항하는 평화적 시위의 상징이 되었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 하였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지난 주말에도 백만이 넘는 이들이 촛불을 들었다고 한다. 촛불 집회에 참여한 연인원이 천만을 육박한다니 가히 역사적 국민 대 봉기라 할 수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기 전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라고는 해도 헌정을 무너뜨린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나는 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위정자는 국민의 편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 만은 알고 있다. 그리고 훌륭한 정책은 국정을 맡은 이들이 훌륭해서라기보다는 먼저 나라를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그들의 고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믿고 있는데 그 고뇌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사심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내게 힘이 생기면 자기중심의 이기적 사고가 되는 것이 권력의 속성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그리고 국민의 생존과 안위의 질서가 자신의 막중한 책임 하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고뇌 하면 좋을 텐데 왜 그러지 못하여 취임 초 국민과의 약속을 버리고 국민을 속이려 하다가 나라를 혼란하게 하였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옛날 고대 중국의 후 한 말에 십상시라 일컫는 환관들이 황제의 눈과 귀를 막고 세력을 남용한 것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빌미가 되었듯이 이런 일들이 역사에는 얼마든지 있는데 우리나라도 자유당 정권 때 당시 측근들이 사리사욕이 앞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의 과오를 저질러 4.19혁명을 유발 시킨 것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최순실이라는 여인은 대통령과 개인 관계 일 뿐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과 그리고 논란이 되는 비서실장이나 민정 수석은 경우가 다르다. 특히 민정 수석은 고위 공직자의 인사 검증이나 부정 비리 등을 대통령에게 충언으로 직고하는 자리인데 오히려 저들과 부화뇌동 하였다는 의혹이 대세를 이루고 있으니 그래서 비서실의 측근들이 연산군의 악행을 죽음으로 충언한 내시 김처선을 배워야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적은 사람은 속일 수 있고 많은 사람은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오래 속일 수는 없다”고 즉 국민은 속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도 지금의 국민들의 마음을 안다면 주말마다 국민들이 촛불을 들지 않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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