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삼일포에서 : 三日浦 / 전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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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삼일포에서 : 三日浦 / 전우치
  • 장희구 (시조시인 문학평론가)
  • 승인 2016.12.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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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향 머금은 번안시조【117】
자연은 모두 절경이요 살아 숨 쉬는 휴식처 역할을 한다. 금수강산 어디를 가나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고 살아 숨쉬는 모습도 본다. 그럼에도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훼손된 흔적이 곳곳에 자리하지만 그래도 잘 보존했고, 보존하려는 국민적인 의지 속에 자연을 잘 지키고 있음은 다행이다. 시인들이 금강산 삼일포를 찾아 아름다운 절경을 보고 썼던 시문이 많다. 해금강을 관광하고 난 후 삼일포를 보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늦가을 바닷가에 서리는 차가웁고
바람결 소매 잡고 퉁소 소리 들리구나
달빛도 맑게 어울리네, 삼십육 봉우리에.
秋晩瑤潭霜氣淸 仙風吹送紫蕭聲
추만요담상기청 선풍취송자소성
靑鸞不至海天闊 三十六峯明月明
청란부지해천활 삼십육봉명월명

금강산 삼일포에서(三日浦)로 제목을 붙여보는 칠언절구다. 작자는 전우치(田禹治)인 바 중종 때의 인물로 도술에 능하고 시를 잘 지었는데 반역을 꾀했다 하여 1530년경 잡혀 죽었다. 고전한글소설 [전우치전]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허균의 홍길동전을 의연하게 모방했다. 곧 실재 인물인 전우치를 소재로 한 도술소설이란 점이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늦가을 바닷가 서리는 차가운데, 바람결에 퉁소 소리 들리는구나. 새는 날아 가고 바다가 끝없이 열렸는데, 삼십육봉 봉우리마다 달빛만은 밝구나]라는 시상이다.
전우치전에는 개성에 사는 전우치는 신기한 도술을 얻고 숨어 살았는데, 해적의 약탈과 흉년으로 백성들이 비참한 지경에 이르자 ‘천상선관’으로 변신하여 왕에게 나타난다. 옥황상제의 명령이라면서 황금들보를 만들게 하고, 그 들보를 외국에 팔아 산 쌀 수만 섬으로 백성을 구휼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임금이 크게 노하여 전우치를 잡아다가 국문한다. 이에 전우치는 도술로 맞서다가 왕에게 “나의 죄를 다스릴 정신으로 백성을 다스리라”고 충고하면서 풀려난다는 대강의 줄거리다.
시인은 도가의 이단사상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자주 일컬어지고 전설의 주인공으로 부각하면서 대동야승(大東野乘)·어우야담(於于野談) 등에도 나타난다. 늦가을에 삼일포를 찾아 차가운 서릿발을 맞으며 바람 소리를 퉁소소리에 비유한다. 새가 날아가고 바다는 끝없이 펼쳐지는 자연을 구성지게 묘사된다. 삼일포의 봉우리마다 달빛이 맑다는 기행 시문 형식으로 펼치면서 자연을 조화롭게 묘사한다.
【한자와 어구】
秋晩: 늦가을. 瑤潭: 바닷가. 霜氣淸: 서리 기운이 차다. 仙風吹: 신선 같은 바람이 분다. 선풍이 분다. 送: 보내다. 紫蕭聲: 신선의 퉁소소리. 靑鸞: 꿩과 새. 不至: 끝없이. 海天闊: 바다가 광활하게 열렸다. 三十六峯: 삼십육 봉우리마다. 明: 밝다. 月明: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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