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위심(各自爲心)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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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위심(各自爲心)의 시대
  • 최동철
  • 승인 2016.11.24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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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설마가 사실이 됐다. 헌정사상 유래 없는 첫 피의자 대통령이 나왔다. 반신반의했던 국민조차 충격을 받았고, 화가 났고, 배반감을 느꼈고,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21일자 국민일보는 ‘‘국정농단 공범’ 대통령, 이래도 물러나지 않을 텐가-검찰 수사 송두리째 부정하면 법치는 무너진다‘는 사설을 실었다.

이 신문은 ‘국가기밀 유출, 대기업 출연금 강요, 대국민사과 거짓말…이 가운데 하나만으로도 퇴진 이유 충분하다’면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국민이 끌어내릴 것’이라며 ‘끝내 탄핵의 길을 가게 한다면 박 대통령은 국민에게 씻기 힘든 죄를 짓는다’고 지적했다.

‘원칙과 신뢰’를 내세웠던 박근혜 대통령이라 믿었던 만큼 상상조차 거부했던 일들이 검찰조사에 의해 사실로 드러났다. 허긴 요즘 언론에 보도된 내용들을 읽고 보고서야 그간 뜬금없고 생뚱맞던 국정과 인사 정책이 왜 그랬는지 짐작이 간다.

국민들을 놀라게 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들을 전격 발탁해 국무총리 등 각급 인사 후보로 내세웠다. 그 중 많은 이들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확한 신원이 미 확보된 상태에서 대사 발령도 났다하고, 사전 준비 없이 개성공단 입주업체는 철수해야 했다.

각설하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싼 인물들의 인과관계와 그간의 행동들, 말장난하듯 아직도 억측논리로 국민을 우롱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작태 등을 보면 한심하다 못해 측은지심마저 생긴다. 기득권을 마지막까지 놓지 않으려는 얄팍한 꼼수와 추접함으로 느껴진다.

각자위심뿐이다.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며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한다. 공적 일을 하면서 사사로움을 챙긴다. 국가 일을 하면서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조카를 공무원에 특채시키기도 했고, 선물을 받고 자식 친구의 회사를 위해 권력을 활용하기도 했다.

자기 당파, 자기 종교, 자기 사람, 자기 연고만 생각하고 나머지는 경쟁자 내지는 적으로 판단했다. 각자위심의 시대는 결국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이러한 인간들의 어리석음과 어긋남에서 벗어나고자 수운 최제우는 모두가 한마음이 되는 ‘동귀일체 무위이화(同歸一體 無爲而化)’를 내세운 동학을 세웠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나와 겨레와 인류가 하나가 된다. 나아가 모든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하나가 되고 하나의 진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논리다.

어쨌든 각자위심의 시대인 지금은 위기의 시대이기도 하다. 유일무이한 지도자인 대통령이 자업자득이기는 하나 실각 또는 실권(失權) 처지에 내몰려 있다. 뚜렷한 지도자가 없는 국가의 정치적 상황은 혼돈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야 정치지도자를 비롯 기득권 세력이 ‘각자위심’을 과감히 내팽겨 쳐야 할 때다. 나만이 내 가족만이 내 집단만이 편하고 잘 살겠다는 마음과 행동을 버려야 국가와 국민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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