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사랑방
상태바
8월의 사랑방
  • 보은신문
  • 승인 2002.08.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국진(보은 종곡, 시인, 도서출판 청년사 대표)
하늘로는 뜨거운 햇살이 쏟아져 내리고 땅으로는 시루떡 찌는 후끈후끈한 김을 발산하는 풍요의 8월이다. 이산 저산 소쩍새, 금년에는 솟크다 솟크다가 아니고 솟적다 솟적다 풍년가를 부른다. 매미도 쓰-르 쓰-르 맴맴....맴 더 넓게 더 크게 크라 한다.

구릿빛 농부의 얼굴로 금, 은술로 떨어져 내리는 땀방울 방울이 만 백성을 살찌우는 식량이고 양식이라 하여 선각자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也)"이라, 농민의 자긍심에 큰 의미를 심어주었고 만 백성에게는 먹고 사는 식량과 살아가는 자연의 섭리인 양식(식량:먹는 것, 양식:마음)을 공급하는 농민을 받들어 가라고 가르쳐 주었다. 어진 통치자는 이 뜻을 받들어 나라를 부강하게 하였고 밝은 사회를 가꾸어 왔다.

역사에는 정통성이나 자질 면에서 부도덕한 집권자가 말없이 농업에 종사하는 선량하고 우직하기만한 농민을 가증스러운 말재주로 농단하며 엉뚱한 짓거리를 해놓고는 눈가림 목적으로 농민우대 정책자인양 국민을 우롱했던 사례가 있었고 동학농민혁명과 같은 국가의 재앙을 만들었고 크고 작은 사태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도 했다. 지나온 역사는 새 역사를 창조하고 개척해가는 스승이다. 보은은 동학혁명의 본거지였고 1894년 4월 26일, 고부 백산성 농민혁명거사로 지칭되는 그 함성의 의미가 무엇이었나를 새겨본다.

또 보은에서 거의된 1895년 문석봉 선생이 주도한 보은의 한말 1차 의병(국모시해, 왜놈들의 국정장악 행위에 항거)은 외침에 항거한 애국충정이고 민족자존을 위한 순수하고 순결한 백성의 의(義)로운 행동이었음을 다시 한번 새겨본다. 1895년과 1995년은 100년의 역사이다. WTO는 개방의 물꼬였고 모든 분야가 무한경쟁의 시대인 것이다. 집권자는 이 거대한 물결에 준비하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IMF라는 핵폭탄에 이 나라는 폐허가 되었었다.

그러나 이 나라 국민은 너도 나도 자진하여 그야말로 의병이 되어 장롱 속 귀금속을 꺼내들고 무기를 생산하여 이 국토를 가꾸고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이고 세계화의 개척은 대한민국 온 국민이 주역이 되었을 때 성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안일하게 기실 빙산의 일각일 중국과의 마늘 수입협상 같은 짓거리로 우리 국민을 분노시키고 "세계화 시대에 국가적 차원에서의 고부가가치 창출이 어느 것인가 중 선택한 결론이다" 라 한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궤변이다. 세계의 시장을 선점해 보겠다는 야무진 꿈은 환영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앞으로도 영원히 이어져 가야 할 생명이 살아 있어야 한다. 농민이 건강하고 농업기반의 안정적 질서가 유지되어 내 나라 안에서 먹을 식량이 풍부하게 생산되어야 한다. 금방 넣어야 하는 호주머니 경제론이나 산업화 정보화 우선정책이라는 잘못된 논리가 정당화되어 오류를 범하면 큰일이다. 어떠한 이론일지라도 농민과 농업기반의 안정적 질서 이후에 국가적 차원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우선의 순위가 설정되어야 한다.

50년대 60년대 체험한 그 지긋지긋했던 배고픈 설움을 잊었는가. 잊는다면 오만이고 방정이다. 아직도 우리 주변은 국가는 국가대로 국민은 국민대로 이 나라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보인다고 걱정하는 어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때임을 느낀다. 개인이나 국가가 철학을 정립할 때란다. 무조건 남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선진국이라는 선입견으로 물건을 사 쓰는 행위를 멈출 때이다. 필자는 아침에 방송에서 ‘청정지에서 생산되는 보은 대추, 보은 배, 사과’의 우수성을 자랑하는 광고를 보며 가슴 가득한 행복을 느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