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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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 부모
  • 이영란 (청주사직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6.11.1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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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에 둘레길이 생겨 많은 관광객이 모여 든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다. 법주사에서 세심정까지 저수지를 따라 만든 둘레 길은 지난 여름 능인선원에서 실시했던 힐링프로그램에 참석하여 걸어보았다. 도교육청에서 교직원들을 위하여 마련한 아주 좋은 프로그램으로 더 활성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을 단풍길이 궁금하여 며칠 전 학교 동창들과 세조 길을 걸었다. 저수지에 비친 풍경은 우리나라에서 걷기 좋은 가을 길로 선정 될 만큼 아름답고 깨끗하였다. 요즈음 텔레비전이 보기 싫을 정도로 세상이 어수선하니 문득 세종대왕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이 생각났다. 훈민정음 해례본 서문에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 아침을 마치기 전에 깨우치고,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가 있다’는 글에서 볼 수 있듯이 우주의 법칙을 따라 모든 백성이 쉽게 익혀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도록 창제한 한글은 세종대왕의 애민사상을 잘 나타내고 있다. 임금이 백성을 사랑하듯이 부모도 자식을 사랑하고 다른 사람보다는 잘 키우려고 걱정과 노력을 하지만 그 표현은 여러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자녀 교육에 극성스러운 부모를 지칭하는 용어 중에 ‘헬리콥터 부모’라는 것이 있다. 자녀 위를 맴돌며 온갖 간섭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최근에는 ‘드론 부모’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자녀에게 강박적이라는 점에서는 헬리콥터 부모와 별반 다른 것이 없지만 헬리콥터처럼 요란하지 않게 조용히 맴돌아 가능한 부모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감시와 시시콜콜 끊임없는 관리로 장기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선 매 한가지다. 이 두 종류의 부모들은 근심거리나 우울함에 취약하게 만들고 인생 우여곡절을 이겨 낼 탄력성 발달 능력을 저해하게 된다. 요사이 들리는 말에 의하면 대학 입시에서는 이 두 종류의 부모님이 전 좌석을 석권하고 아이들의 의사는 무시한 채 부모들이 편하고 돈 잘 버는 학과를 선택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주며, 회사 입사 시험에도 자녀가 불합격을 하면 회사에 직접 전화를 하거나 방문하여 우리 자녀들이 왜 떨어졌으며 필기와 서류는 합격이나 주관적인 면접에 의하여 떨어졌다는 항의가 종종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 같은 과보호 양육과 대비되는 유형이 ‘등대 부모’라 한다. 미국 소아과 의사가 만든 이 용어는 자녀들이 세상을 안전하게 항해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은 신호 불빛 역할만 해야 한단다.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는 인성과 인간관계 형성이 아주 중요한 시기이므로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아주 중요하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과 배려하는 마음을 키운다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며 과정이기도 하다. ‘드론’ 부모’나 ‘헬리콥터 부모’처럼 자녀들의 정서 발달을 간과하거나 억압하지 않고, ‘등대 부모’처럼 정서적 삶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며 바위에 부딪히지 않도록 인도는 하되, 스스로 파도 타는 방법을 배울 능력이 있다고 믿어 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실수를 통해 배우며 자립심을 키워나가게 해야 한다.
요즈음 군대 문제가 이슈가 되는 모양이다. 모병제가 타당한가? 징병제를 유지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장·단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에 모병제를 한다면 헬리콥터 부모나 드론 부모는 한·두명의 자녀를 위험한 곳에 절대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악착같이 군인을 보내지 않으려고 별별 수단을 다 사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고등학교 시절에 봉사활동 시간을 해 오라는 규정이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엄마는 자녀 대신 아파트에서 풀을 뽑고 봉사 활동시간을 채워 제출할 때, 난 귀하고 귀한 아들을 음성군 고추단지에서 하루 종일 고추를 따 확인서를 제출했다. 아들은 고추를 따 본 적이 없어 가지를 부러뜨리니 주인이 따지는 말고 고추 따 놓은 자루를 밭고랑으로 옮기라는 역할을 주었을 때 아들 인상을 보니 불만과 힘든 기색이 역력했으나 마음 단단히 먹고 아들과 함께 끝까지 한 기억이 난다. 지난 번 휴가 왔을 때 아들이 그 봉사활동은 참고 견디는 힘을 기르는 공부였으며, 힘든 군대생활도 잘 할 수 있었음에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등대 부모’ 역할을 잘 한 것 같았다.
자녀들이 오로지 성공에만 집중하기 위해 인생에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이든지 제거해 주는 ‘제설기 부모’ ‘잔디 깎는 부모’, ‘불도저 부모’ 가 아니고 바다를 비치는, 자녀를 비치는 등대부모가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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