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호랑이 흉내를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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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호랑이 흉내를 내다
  • 최동철
  • 승인 2016.11.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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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온 나라가 시끄럽다. 방송을 켜면 온통 ‘최씨 일가’와 우병우, 문고리 3인방 등 ‘국정농단’ 얘기뿐이다. ‘국기문란’행위라고도 하고 ‘국가붕괴’위기 상황이라고도 한다. 보고 듣다보면 부아가 치민다. 탄식도 쏟아진다. 부끄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헌데 물의를 일으킨 핵심 당사자인 최순실은 억울한 면이 너무 많다고 하소연을 해댄다. 태블릿 피씨(pc)도 제 게 아니라며 사용할 줄도 모른다고 내세운다. 대통령과 취임초기 소소한 정도의 의견만 공유했고 나머지는 국가기밀이라는 것을 애당초 몰랐다고 오리발을 내민다.

심지어 자신을 미워하는 세상 온갖 것, 이를테면 언론과 국민들이 억측하여 생산한 허무맹랑한 누명마저 자신에게 뒤집어씌운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각종 의혹과 정황 등이 속속들이 최순실을 감싼다. 그녀에게서 자기반성과 진솔한 죄책감은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

조선시대 율곡 이이가 일반 학도들에게 도학(道學)의 입문을 지시하기 위해서 저술한 책에 격몽요결(擊蒙要訣)이 있다. 모두 1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문을 시작하는 초기 ‘천자문 등과 함께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 중 하나였다.

9장에는 접인(接人)은 부드럽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사람을 접대할 것과 학문을 믿고 스스로 교만해지는 것을 경계하라고 가르친다. 10장 처세(處世)편에서는 벼슬을 위해 학문하지 말 것과 도를 행할 수 없으면 벼슬에서 물러날 것을 깨우친다.

특히 9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헐뜯고 비방하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돌이켜 자신을 살펴보라. 만약 실제 비방 받을만한 행실이 있거든 자책하여 허물 고치기를 꺼려하지 말라.

만약 나의 허물은 심히 작은데 더하고 늘리고 보태고 부풀렸다면 그 말이 비록 지나치더라도 나에게 실제 비방 받을만한 근거가 있음이다. 또한 마땅히 이전의 허물을 없애버리되 조금도 남기지 말라.

만약 내게 허물이 없는데 거짓말을 날조했다면 이는 망령된 사람에 불과하니 망령된 사람으로 더불어 어찌 허실(虛實)을 헤아려 따지겠는가. 또한 그 허황한 비방은 바람이 귀를 스침과 같고 구름이 허공을 지남과 같으니 내게 무슨 상관이 있으랴.

훼방이란 이와 같은 것이니, 훼방이 올 때 허물이 있으면 고치고 없으면 더욱 힘써서 내게 유익하게 하라. 만약 허물을 듣고도 스스로 변명하여 분명히 조치하지 않고 기필코 자신을 잘못이 없다는 쪽에 두려고 하면 그 허물이 더욱 심하여 비방 받음이 더욱 중하여진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문구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다. 크던 적던 권력자 주변에는 이런 부류가 늘 있기 마련이다. 군수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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