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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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둥지
  • 이장열 (사)한국전통문화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6.11.0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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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뉴월이면 여지없이 이산저산에서 뻐꾸기가 운다. 눈을 뚜룩거리며 이쪽으로 뻐꾹, 저쪽으로 뻐꾹 하는 뻐꾸기의 모습은 바보 같아 보이지만 보기와는 달리 아주 음험한 새다. 이놈은 자기 둥지를 만들지 않는다. 번식기에는 다른 작은새의 둥지에서 알 한 개를 몰래 빼다 버리고 둥지 가장자리에 살짝 자기알 한 개를 낳아둔다. 남의 둥지에서 태어난 뻐꾸기 새끼는 진짜 새끼와 알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떨어뜨려 죽여 버린다. 그리고 둥지에 혼자 남아서 작은 새가 물어다주는 먹이를 먹으며 자란다. 둥지를 떠난 후에도 한 일주일은 계속 먹이를 받아먹는다. 친어미인 뻐꾸기는 새끼가 다 컸다 싶으면 주위를 맴돌며 내새끼 오라고 뻐꾹 뻐꾹하고 부른다. 그러면 이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어미를 따라 훌쩍 날아가 버린다. 제 새끼 죽인 놈을 자기 새낀줄 알고 열심히 벌레를 물어다 나르는 불쌍한 작은 새, 그리고 인사도 없이 떠나버리는 매정한 뻐꾸기새끼의 생태를 보면서 참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뻐꾸기의 삶을 보면서 시끄러운 현 시국이 뻐꾸기가 사는 세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가 고기맛을 보면 절집에 빈대 벼룩이 남아나지 않는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한번 맛을 들이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 정치권이다. 데모장삿꾼들, 빌붙어 한자리 하려는 자들, 떠드는 데만 재미를 붙인 얼빠진 방송인들이 뻐꾹 뻐꾹 하며 나라 흔들기에 난리들이다. 유엔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상정되었을 때 먼저 북한에 물어보자고 한 과거 정권 실세 문(文)씨. 그가 사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아서 여론에 질타를 받더니 이제는 그 여론을 상쇄라도 하려는지 온 나라를 뒤흔드는 시끄러운 여론몰이로 대통령을 하야하라고 한다. 나라야 망하든가 말든가 지가 대통령만 되면 그뿐인가?
지리산과 제주도의 빨지산운동, 대구 십일폭동,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김신조일당 청와대습격 등은 물론 군 내부와 법조계, 국회에도 뻐꾸기들이 있어서 나라가 시끄러웠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들 뻐꾸기들이 아예 내놓고 활동하고 있다.
광주사태시에는 여인들의 가슴이 칼로 도려진 동영상이 돌아다녔다. 이제사 그것이 시민들 속에 숨어든 북한특수군들이 저지른 소행임이 밝혀지고 있다. 이런 사실들을 애써 외면하는 지역감정의 화신들과 젊은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너무 애가타서 하는 말이다.
젊은이들은 남의 집에 알을 몰래 낳아놓고 “뻐꾹, 뻐꾹, 몰랐지!” 하는 뻐꾸기를 바보로 알고 있는 것 같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새끼 다 죽이고 공짜밥 먹으며 어리석고 착한 새 둥지를 결단내는 뻐꾸기새끼. 우리 주위에도 누가 뻐꾸기 알을 품고 있지 않은지? 뻐꾸기새끼를 기르고 있지 않은지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젊은이들은 “북한? 저것은 이미 끝난 집단. 우리도 알고 있다”라고 무시해 버리겠지만 이는 오산이다. 죽을 고비를 넘긴 탈북자들의 모임 “모란봉 클럽”에서 많은 북한실정을 들을 수 있었다. 당과 수령에 대한 가족이나 친척의 한마디 불평이 온 가족의 파멸로 직결되는 곳이었다. 전기가 없어 기차를 타고 무산에서 평양까지 일주일 이상 걸다고 했다. 거주 이전의 자유는 아예 없고. 거의 방종에 가까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은 북한치하가 되면 한사람도 살아남지 못할 것은 틀림없었다. 나라가 망하고 상황이 끝난 후에 있을 엄청난 일들이 걱정된다. ‘진보’ 아닌 캐캐묵은 보수 독재왕조 밑에서 고생할 후손들이 걱정된다. 그러나 나도 힘들면 입을 다물어 버릴 것이다. “너희들도 당해봐라!” 그것도 아니라면 “영원히 수령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르며 종살이로 살아봐라.”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을 것이다. 불쌍한 너를 구해줄 그 누구도 네 주위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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