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군수 업무추진비
상태바
정상혁 군수 업무추진비
  • 최동철
  • 승인 2016.08.25 12: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58>
그나마 다행스럽다. 최근 2년 간 전국 82명의 군수가 지출한 업무추진비 총액 179억 1,183만 여원 중에서 보은군은 1억 원 미만을 사용한 5명의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가난한 보은군의 군수답게 6,463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정상혁 군수가 탔다는 몇몇 유명무실의 자랑스런 한국인상 보다 훨씬 더 자랑스럽게 다가오는 자료다. 보은군 보다 엄청난 부자라고 볼 수 없는 괴산, 증평, 옥천, 진천, 단양군은 1억 원 이상 2억 원 미만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30명에 속했다.

영동군수는 보은군수의 4배 정도인 2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을 사용한 28명 그룹에 포함됐다. 더하여 음성군수는 무려 3억 원 이상 4억 원 미만을 사용한 15명에 들었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쓴 곳은 전남 고흥군이다. 23개월 동안 약 4억 4082만 원을 사용했다.

군수들의 업무추진비 중 가장 많이 사용한 항목은 ‘밥값’이었다. 시책 또는 지역 홍보를 위해 언론인들과 먹고, 마셨다. 학술 문화예술 체육활동과 업무 추진을 위한 격려 및 지원차원에서도 관계자들과 먹고 마셨다.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한 항목은 ‘지역 특산품’ 구매였다. 물론 홍보와 예산 확보 등 업무를 위한 선물용이었다. 방문객, 중앙부처 공무원, 기자 및 방송관계자에게 나눠 주었다. 그 다음은 격려금이나 경조사비였다.

조선시대 판소리계 소설 ‘춘향전’에 암행어사이면서도 노숙자로 변장한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잔치에서 읊조린 시한 수가 나온다. 당시 부패한 탐관오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시구를 본 참석자들은 사지를 떨며 갖은 핑계를 대고 줄행랑을 쳤다.

‘금으로 된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옥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성이 드높도다(歌聲高處怨聲高).’

실은 이 시의 원작자는 광해군 때 한양에 온 명나라 장수 ‘조도사’라고 전해진다. 그의 시 중 앞의 두 시구를 춘향전 작가가 변형했다. 원작은 이렇다. ‘맑은 향의 맛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淸香旨酒千人血), 가늘게 썬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細切珍羞萬姓膏).’

국민의 세금으로 봉급을 받고 또 공금이라 불리는 돈을 각 용처에 사용하는 공직자들이 늘 염두에 두어야 할 시구다. 업무 추진, 지역주민 소통, 격려하는데 ‘샥스핀’ ‘캐비어’ 등 굳이 호사스런 성찬을 먹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민정부 때 ‘청와대 칼국수’처럼 마음이 담긴 맛깔 나는 음식이면 족할 것이다.

다만 기우도 있다. 정 군수가 업무추진비를 너무 아껴 쓴 나머지 혹시 교육부에 제대로 된 밥 한 번 못 사줘 ‘보은교육청 통폐합’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감이다.

<이 사업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