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혁 군수-보은군의회, 정면충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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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 군수-보은군의회, 정면충돌하나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6.06.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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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기증협약 논란은 소모적 논쟁” vs “의회동의 없는 기증협약은 행정의 독주”
노인회관 “대안 못 내면 이용자 뜻에 따르는 게 순리” vs “비좁아 신축장소 바꿔야”
▲ 보은군과 보은군의회가 노인회관 부지로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는 이평리 107번지. 보은군이 미술관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구 속리중학교. 사업 추진 시 유휴 부지를 활용하라며 사례를 든 누청리 공예공방.
보은군과 보은군의회 간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두 기관의 양보 없는 기 싸움에 보은군 노인회관 신축은 겉돌고 미술관 건립 추진에도 제동이 예상된다. 정상혁 군수의 핵심공략인 11개 읍면별 공설자연장지사업도 의회에서 예산이 깎인 후 잔뜩 오므라들었다. 노인주간보호센터 건물 신축 또한 장소 때문에 난항이 예상된다.
보은군의회와 정상혁 군수는 지난달 말 열린 군정질문에서 보은군이 추진 중인 노인회관 신축안과 향후 구 속리중학교 터에 조성할 미술관 건립 안을 놓고 위험 수위 직전까지 격렬한 공방을 주고받아 이목을 끌었다.
최당열 의원은 보은군 노인회관 신축에 대해 “군의회가 작년 말 부결한 공유재산관리계획상의 부지(보은노인장애인복지관 옆 녹지 이평리 107번지)에 주간보호센터와 노인회관을 함께 신축하겠다는 집행부 계획안은 신뢰성과 일관성을 무시하는 행정”이라고 비꼬고는 수정을 촉구했다.
당초 보은군과 보은노인회는 국도군비 25억 원을 들여 대지면적 1681㎡, 건축면적 990㎡, 지상 3층 규모의 노인회관을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지 선정을 둘러싸고 의회(좁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이평리 107번지 제외, 새 부지 물색 주문, 부지매입에 따른 예산은 집행부가 편성하면 된다는 입장)와 보은군(군유지이기 때문에 사업비와 접근성 양호)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 1년 넘게 회관 신축이 표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은군은 지난 군정질문에서 107번지에 노인회관과 주간보호센터를 한 건물(지상 4층 1,2층은 주간보호센터, 3,4층은 노인회관)에 신축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명분은 주간보호센터 또한 지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군유지가 있는 학림리 입지 내정에 인근 주민반발)과 사업비 감안 등을 들었다. 이평리 107번지에 지을 경우 노인회관 신축 16억원, 주간보호센터 사업비 17억원 등 총3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어려운 부지매입에서 해방되는데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보은군은 이 사업 계획안 이전에 실버주택 예정지(보은중 인근)의 여유면적에 주간보호센터와 노인회관을 신축할 계획이었으나 실버주택이 당초 80세대에서 100세대로 변경되면서 용적률 기준에 맞지 않아 이평리 107번지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정 군수는 노인회관과 주간보호센터 건립에 대해 “새로 짓는 노인회관은 당구장 등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생활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군의회가 문제점만 지적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내라”며 “그렇지 않으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곳에 짓는 것이 맞다”고 받아쳐 양측의 대립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술관 건립도 쉽지 않아 보인다. 보은군은 올해 도교육청으로부터 속리중학교 터를 사들인 뒤 120여억원(국비 50억, 도비 25억, 군비 25억, 부지매입 및 기초설계비 22억 군비)을 투입해 박물관, 미술관, 문화재 체험관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지을 계획인 가운데 보은군의회는 지난 4월 보은군 1차 추경예산안 심사에서 복합문화시설 부지매입비(1만8455㎡) 18억원과 설계용역비 4억 등 군비 22억원의 사용을 승인했다. 이 자리는 도교육청이 당초 연수원 등을 구상했었던 부지이기도 하고 군과 의회는 부지만으로도 자산가치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복합문화시설 내 박물관에는 삼년산성 고군분에서 출토된 유물과 향토사료 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미술관에는 보은 출신 한국화가인 고(故) 이열모 화백의 미술작품과 미술도구 등이 전시된다. 이 화백은 실경 산수화를 현장에서 완성하는 독특한 화법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2007년 미국에 건너가 활동하다 지난 2월 말 타개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미국을 방문한 정상혁 군수에게 자신의 미술작품 268점과 관련 서적 446권, 그림 도구 등을 기증했다. 당시 기증받은 작품 등은 이 화백이 한때 관장으로 있던 경기도 월전미술관에 맡겨진 상태다. 문화재 체험관에서는 보은지역의 무형문화재를 체험하고 기능을 전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하유정 의원은 지난 군정질문에서 “미술관 건립이 실효성이 있는지, 관람객이 없는 깡통 미술관으로 전락할 소지가 없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며 “예산외의 의무부담 행위는 의회의 의결사항으로 의회 동의를 구하지 않고 미술관을 지어주겠다는 기증협약은 행정의 일방독주”라며 정상혁 군수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원갑희 의원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검증이나 고증이 없었다”며 “기증협약을 섣불리 체결했다”고 꼬집었다. 또 “보은지역의 무형문화재를 체험하고 기능을 전수하겠다고 했지만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고 있는데다 속리중학교 진입로 개설 등 할 일이 많아 예산이 얼마나 더 투입될지 모르겠다”며 이 화백에 대한 출신지며 종합적으로 미술관 건립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냈다.
하 의원과 원 의원은 이번 군정질문을 앞두고 김천시와, 청송군 등 미술관이 있는 지자체를 돌며 실태파악을 조사하기도 했다.
정 군수는 이에 기증협약을 체결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미술관 건립에 의회 협조를 부탁했다. “지금에 와서 기증협약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논란을 벌이는 것은 행정상 실익이 없을 뿐 아니라 소모적 논쟁”이라며 “유명한 미술가가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많은 작품과 서적을 기증했다면 감사하게 받아 좋은 미술관을 잘 지어 성공적 운영을 하는 것이 이 선생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하고는 미술관 건립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공설자연장지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보은군은 지목이 묘지이고 1만㎡ 이상 되는 군유지를 대상으로 각 읍면 1개소씩 공설자연장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반발과 의회에서의 예산 삭감으로 걸음마도 뛰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관철시켜야겠다는 보은군이 예산심의권을 갖고 있는 보은군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주저앉을지 주목이 된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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