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긴 자의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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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자의 겸손
  • 최동철
  • 승인 2016.04.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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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드디어 4·13 총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국 253개 선거구의 선량과 47석의 비례대표를 합한 모두 300명의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어제 늦은 밤까지 진행된 개표결과 이긴 자들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했으며 진 자들은 비탄에 잠겼다.

보은·옥천·영동·괴산군을 단일 선거구로 하는 이른바 ‘동남4군’에서도 여지없이 승패가 갈렸다. 한 사람은 함박 웃으며 함성을 질렀다. 또 한사람은 씁쓰레한 표정으로 낙담했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선거전을 펼쳤던 지지자들의 분위기 또한 매한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한듯했다. 타군 어느 마을에선 정치성향과 지지후보에 따라 편이 갈렸다. 네 편 사람들과 말 섞기는커녕 안면마저 몰수할 정도였다고 한다. 말 많고 탈 많고, 고소고발이 난무했던 선거였다. 그래서 선거후유증이 걱정이다.

나뉘진 민심을 봉합해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긴 자의 겸손이 요구된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선행되어야 한다. 누가 봐도 너무했다 싶을 정도의 악질적 행위가 아닌 여타 고소 고발 건은 먼저 취하하는 게 화합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존심과 위엄만을 내세워 밀어붙인다면 자칫 겸손하지 못한 위인으로 비쳐질 수 있다. 아무리 국회의원이란 자리에 있다한들 존경심을 받아내기 어렵게 될 것이란 의미다. 요 근래 세간의 지탄을 받는 일부 못된 재벌 회장들의 소위 ‘갑 질’이란 일탈 행동과 비교될 수도 있다.

선거일까지는 겸손한 척 무릎을 꿇다시피 굽실대며 한 표 좀 달라고 자신을 한껏 낮춘다. 당선 후에는 천하가 제 것 인양 안하무인으로 돌변한다. 교만한 태도로 거들먹거리며 지역의 주민을 깔보고 여론을 무시한다.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이런 정치인들도 진짜 있다.

동서고금 통틀어 볼 때 겸손은 사람이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기본적 교양임을 알 수 있다. 겸손의 미덕을 갖추지 못하면 아무리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도 존경받지 못한다. '겸손'을 영어로는 휴밀러티(humility)라고 한다. 휴먼(human)은 인간을 의미한다.

둘 다 라틴어의 ‘흙’이라는 뜻을 가진 후무스(humus)에서 파생됐다. 즉, 인간은 한 줌의 흙일뿐이고 따라서 겸손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성경 창세기에도 여호와하나님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에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고 선고한다.

과학적으로 따져도 흙과 인간은 같은 원자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아니면 황인종이든 간에 결국 흙일뿐이다. 외모가 특출 나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돈이 많든 적든 간에 죽어서는 모두 흙이 되고 먼지가 된다.

고로 이긴 편이 먼저 겸손하게 인사하라. 먼저 말을 걸어 위로하고 웃어주라. 솔선하여 사과할 것은 하고,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해 주라. 이렇게 한다면 선거에서 비롯됐던 갈등은 해소되고 화목한 분위기가 무르익게 될 것이다. 다음 선거 때도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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