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벌이고 보자는 꿍꿍이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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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벌이고 보자는 꿍꿍이셈
  • 최동철
  • 승인 2016.02.1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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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보은군 일원이 시끌벅적하다. 뜬금없이 ‘한화 무서워서 못 살겠다’ ‘한화는 보은군민에게 사과하고 약속 이행하라’ 등등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그러다 며칠 뒤엔 ‘현수막이 누군가에 의해 훼손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보은지역 5개 사회단체로 구성됐다는 이른바 ‘보은군민 한화대책위원회'가 그 현수막의 주체다. 그 단체에서 보은군 일원 60여 곳에 현수막을 내걸었다한다. 허가받지 않은 ’불법 현수막‘이었다. 관청은 ’자진철거‘ 등 행정절차 중이었다. 헌데 이 와중에 누군가 현수막을 잘라내 내팽개쳐 버렸다는 것이다.

설 연휴 앞뒤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일반 대중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잘 알지 못하니 ‘무슨 일이냐’고 서로 되묻을 뿐이다.

이유인즉, 한화대책위는 한화 공장이 보은군에 입주할 당시 약속했던 사항 중 ‘한화 본사 주소지 보은 이전’ ‘27홀 규모의 골프장 건설’ ‘한화 계열사 유치’ 등이 아직 이행되지 않아 이행촉구 및 대안마련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화 측은 오래전 보은군과 합의해 종지부 찍은 일을 이제 와서 다시 들추는 것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소 이전은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하는 중대 사안이고, 골프장은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군수 때 이미 백지화됐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우리나라 재계순위 열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이다. 특히 모기업인 주식회사 한화는 산업용 및 광산용 폭약류를 생산한다. 1952년 창업해 동탑, 은탑, 금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70·80년대 우리나라 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기수였다는 의미다.

2013년에도 ‘나로호’ 개발성공으로 과학기술 훈장과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재벌회사의 공장이 인천에서 보은군으로 이전했으니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당시로선 매우 획기적 사건이었다. 다만 폭약을 다루는 ‘위험시설’ 이라는 껄끄러움이 지역주민을 불안케 했다.

이에 ‘공장이전’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한화로서는 우선 ‘떠벌이고 보자는 꿍꿍이셈’이 작용했다고 본다. 사실 한화가 보은공장 1단계를 준공한 때는 입주년도라 알려진 2003년도 보다 훨씬 이른 1991년이다. 따라서 인천공장의 시설을 조속히 보은 사업장으로 이전해야 했다.

그래서 지역주민의 반대여론을 일찍이 무마하기 위해 떠벌린 약속이 ‘본사주소지 보은 이전’이었다. 실현이 된다면야 보은군민에게 있어 좋은 일이었겠지만 객관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약속이기도 했다. 헛 약속인 줄 뻔히 알면서도 믿고 싶었던 경우다.

요즘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의 심정도 당시의 한화와 같은가 보다. 나중이야 어찌돼든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심보 같다.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실현 불가능한 헛공약을 마구 남발하고 있다. 우선 떠벌이고 보자는 꿍꿍이셈이다. 결국은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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