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올 송년회는 조촐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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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 올 송년회는 조촐하게
  • 최동철
  • 승인 2015.12.1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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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마무리하는 요즘, 주변은 온통 송년모임과 연말연시 연휴 계획 등으로 들떠 있는 분위기다. 이를 가라앉히려는 듯 도로변에는 ‘술을 적게 마시자’는 호소(?)와 ‘음주운전 절대금지’라는 뉘앙스의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흔히 ‘송년회’라 부르지만 70~80년대 까지만 해도 거개 ‘망년회’라 불렀다. 망년(忘年)이란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자’는 의미다. 헌데 일제치하의 잔재용어라 해서 ‘묵은 한 해를 보낸다’는 의미의 송년(送年)으로 순화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망년회라 불리던 시절의 연말분위기는 흥청망청 광란과 소음의 도가니가 대부분이었던 모양이다. 허기야 ‘한 해 생긴 나쁜 일을 술로써 모두 잊어버리자’는 망년모임이었으니 오죽했을까 싶다. 모임마다 정신 잃을 정도로 마셔대야 했으니 연말 때는 늘 숙취를 달고 다녀야 했다.

오죽했으면 당시 동아일보가 ‘먹고 마시기 일변도의 망년회’는 그만 두라는 식의 칼럼을 게재했겠는가. 잘사는 서구열강의 망년회와 가난한 우리나라의 망년회가 같을 수는 없다고 다음과 같이 사회상을 비판했다.

-그들은 (서구, 일본인) 즐겁고 들뜰만한 이유가 있다. 두둑한 보너스에 유급휴가가 곁들여 있고 1년의 가계는 적자 아닌 흑자로 나타났으니 연말을 흐뭇이 지내고 보람찬 새해를 맞이하게끔 돼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는 어떠한가. 없는 돈 털어서라도 먹고 마시려 든다. 망년회는 그저 현실 도피가 아니면 자포자기식이다. 1년의 반성도 없고 새해 설계도 없다.
모두가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다. 시중에 돈이 나돌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빼도 박도 못한 채 자금난에 허덕이고 주부들은 가계부를 앞에 놓고 한숨만 내쉰다. 그런데도 거리는 어김없이 연말풍경에 들어섰다. 어쨌든 간에 일단 들떠나 보자는 심산인가. 안될 말이다.-

한 해를 결산하는 송년모임은 사실 소통을 위한 것이다. 서로 바빠 원만히 소통하지 못했던 벗들과 친인척, 각 종 모임의 회원들이 만나 좋았던 일, 나빴던 일, 슬펐던 일, 섭섭했던 일 등을 허심탄회 털어놓는다. 또 서로 간 이해도 구하고 칭찬도 하고 반성도 하며 한 해를 매듭짓는 것이라야 한다.

아마 이런 송년모임이라면 시끌벅적은 해도 흥청망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도 넘은 과음도 절제될 것 같고 화기애애하고 뜻 깊은 송년모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 해 보은군은 다행스럽게도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만연하지 않았다. 가뭄으로 인한 식수난이나 수해 등 큰 재해도 비켜갔다. 다만 이상기후 여파로 곶감 농사를 망치는 등 일부 농가가 시름에 젖었다. 또한 지역 내 경기는 여전히 둔화되고 있고 제대로 된 일자리 얻기가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다.

70년대만큼이나 요즘도 서민의 삶은 팍팍하다. 정부여당은 최근 ‘대량실업·국가비상사태’ 운운하며 ‘경제위기론’을 부르짖고 있다. 올 송년모임을 조촐히 해야 할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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