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는 미운 놈, 받는 고운 분
상태바
주는 미운 놈, 받는 고운 분
  • 최동철
  • 승인 2015.10.15 14: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외된 이웃이나 불행한 사람들을 돌아보아야 하는 계절이 왔다. 늘 그렇듯이 이맘때가 되면 각종 봉사단체나 구호단체의 선행과 기부행사가 줄을 잇게 마련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가진 자들의 횡포가 그칠 줄 모르고 자기과시에만 급급한 요즘 세태에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마저도 가끔은 진심어린 ‘선행’이 아닌 일과성 ‘행사’로 치우칠 때가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때도 있다. 지난 일을 돌이켜보면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는 사람의 마음을 받을 뿐인데 상대방은 아랑곳없이 일방적으로 주고, 마음은 건네지 않는 기부자나 기부단체들의 무분별한 행태에서 마음 상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전달식을 가질 때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고 기증받는 사람들의 불편함은 무시한 채, 대표는 으스대며 일장 연설을 한다. 이어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세례를 퍼붓는 데만 관심을 갖는다. 또 어떤 경우는 후원금을 받기위한 그들의 행사에 무조건 참여해야 하는 압박감을 주기도 한다.

옛 속담에 ‘주러 와도 미운 놈 있고, 받으러 와도 고운 분 있다’는 말이 있다. 무엇을 주고 받느냐 보다 어떻게 주고받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받는 이들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주어야 진정어린 도움의 손길이 된다.

베푸는 입장이라 해서 겸손하고 따뜻한 태도를 잃고 거만한 태도를 취한다면, 주고도 뺨맞는 격이 될 것이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것을 준다 해도 그렇다. 그것은 선물이 아니고 오히려 상처를 안겨줄 수 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 연초 미국에서는 어려운 점원에게 수백만 원의 팁을 선뜻 기부하는 선행이 잇따라 이어져 세계적 화제를 만든 적이 있다. 물론 익명의 자선행위였다. 대체로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이 고액 팁을 받은 것이다. 그들은 손님과 얘기를 나누다 그냥 자연스럽게 어려운 처지를 털어놨고, 손님이 도와준 것이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식당 아르바이트를 했던 한 여성은 약 800만원, 디자인을 공부하는 어느 학생은 500여만 원을 받았다. 이밖에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10여명의 사람들이 고액의 팁을 받았다.

이들에게 아무런 선행조건이나 요구조건은 없었다. 단지 팁의 카드결제를 위한 영수증에 결제사인을 할 때 ‘팁스 포 지저스( Tips for Jesus)'란 문구를 썼을 뿐이다. 즉, 예수 이름의 팁으로 기부를 한다는 의미다.

보은지역에도 이맘때가 되면 보이지 않게 이런 선행을 하는 ‘분’들을 더러 볼 수 있다. 김장김치로 어려운 노인들을 돕는 이가 있는가 하면 연탄, 쌀, 라면을 준비해 꾸준히 주변의 소외이웃에게 나눠주는 이도 있다. 이 시대에 이 분들이 진정 ‘고운 분’들이 아닐까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