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을 마무리 하면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보은(報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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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을 마무리 하면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보은(報恩)!
  • 김인복
  • 승인 2015.05.14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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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에서 중학교 다니던 1학년때 수학여행온 곳이 바로 보은 속리산이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보은에 발령받은 1982년5월20일은 보은과의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 날이다.
나는 보은인이 되어 보은에 살고싶은 마음에서 부모님 선산도 일찍이 탄부면 성지리로 옮겼고 여러가지 곡절 많은 사연도 그동안 많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제2의 고향 보은이었다.
33년간 보은에서의 공직생활은 신비로움의 그 자체였으며 업무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던 나는 나의 발전을 발판으로 삼아 내가 살아가야 할 보은을 위해 무언가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늘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더 열심히 업무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고 상사의 사랑을 받기 위해 밤 늦은 시간, 토·일요일 없이 젊은 나날을 보내왔다.
그래서인지 집안일은 늘 아내의 몫이었기 때문에 가정에는 그리 충실치 못한 가장이었다.
아버지가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고 3명의 형들마져 어머니를 앞질러 세상을 등진 터라 나는 늘 부족함 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평생을 살아왔지만 내 아내는 그래도 불평불만없이 늘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고 있음에도 나는 찌든 험난한 인생살이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자주 한잔술에 응어리진 가슴을 쓸어내곤 했다.
성격상 사람과의 만남을 참으로 중요시했고 만남! 그 자체가 나에게는 행복이었고 기쁨이었다.
내 나이는 이제 고개를 갓 넘어야 하는 60이다.
명예퇴임을 앞두고 지난 몇날몇일 가정에서 33년간의 긴 세월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지만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보은에 대한 애정은 쉽게 쓸어내리지 못하고 가슴을 웅켜 잡아도 아쉬움과 후회스러움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격무부서에서 벗어난 지난 2년간 평소 휴일에는 낮잠도 자고 TV도 시청하고 아내와 마트도 가고 동네 산보하면서 비교적 낙낙한 시간들을 보내왔다.
명예퇴임을 앞두고는 낮잠도 오질않고 TV도 틀지않은 채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게 되고 무의식속에서 인지 추리닝을 주섬주섬 입고나서 무작정 밖으로 나가 동네를 몇바퀴를 돌아다녀도 도저히 마음이 추스려 지질 않았고 금방이라도 목숨이 다한 것만 같은 불안함이 엄습하는 고통의 시간은 참으로 괴로움 그 자체였다.
밤 하늘에 별들도 잠들은 적막하기만 한 늦은 밤 ! 무심코 컴퓨터앞에 놓여 있는 하이얀 메모지를 바라보며 아! 지금까지의 인생이 흰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 제1막이라면 이제부터는 밑그림에 밝고 맑은 색감으로 채색하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제2막을 시작할 때가 지금이 아니겠는가를 되씹으며 나를 위로하고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누구나 퇴직은 한다.
그리고 선배님들도 나와같은 심정으로 제2의 인생을 설계했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연신 내품는 긴 호흡으로 마음을 다져야만 했다.
그래, 인생살이가 다 그렇듯 흐르는 계곡물줄기와 같이 머무는 것이 아니고 흐르는 것이 아닌가 ? 그래서 나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진리인 사실을 왜 몰랐는지 부끄러운 마음이 가슴을 때린다.
그래도 평소와 같이 새벽녘에 눈을 뜨고 출근 준비하던 습관이 몸에 베어서 그런지 침대에서 눈을 뜨는 시간이 두렵기만 하다.
마음의 준비가 아직은 덜된 모양이다.
명예퇴임을 한 그 다음날 한해한해 정성스럽게 메모하고 기록해 두었던 25권 정도되는 업무용 수첩을 한권한권 넘기면서 그때의 추억을 더듬어 보니 참으로 후회스럼움도 있지만 보람된 일도 많았던 것 같다.
선배와의 추억, 동료와의 추억 그리고 후배들과의 아기자기한 작은 이야기 거리들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한다.
이제는 훌훌 털고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순항의 뱃고등을 울려야 할 때다
정성을 다한 보은군의 발전을 마음속으로 축원하면서 남은 인생을 보람과 희망으로 채색될 수 있도록 나의 작은 소망을 담아 보려한다
그리고 한가닥의 마음이라도 흔들릴 때에는 좋은 글을 길벗으로 여기며 지면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하려 합니다.
또한 33년의 공직생활의 경험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지만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경쟁자를 이기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것이다” 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경쟁을 멈춰야 비로서 미래의 성공을 예측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인식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보은! 꿈결에서도 잊을 수 없는 보은! 내가 평생 살아가면서 은혜에 보답해야 하는 보은!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며 살아가겠습니다.
그동안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으로 성원해 주신 모든분들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하면서 33년간의 공직마감 신고를 보은군민 여러분께 드립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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