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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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아이러니
  • 최동철
  • 승인 2015.04.0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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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1월 1일부터 기존 2500원이던 담배 한 갑을 4500원으로 80%나 인상했다. 흡연자의 금연을 유도해 국민건강을 지키겠다는 게 내세운 이유였다.

어찌 됐든 현재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은 담배 값의 73.7%인 3318원이나 된다. 담배소비세 1007원, 건강증진부담금 841원, 올해 처음 적용한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33원이 포함돼 있다. 나머지 1182원(26.3%)이 유통마진이 포함된 담배회사의 제조원가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하루에 담배 한 갑을 피는 애연가는 연간 121만원의 세금(부담금 포함)을 더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담배를 피움으로써 국가 재정뿐만 아니라 국민 건강, 지방 교육 등에도 적잖은 기여를 하는 셈이다.

헌데 이 같은 기부금(?)을 내고 담배를 구입하면 ‘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라는 경고문과 늘 맞부딪히게 된다. 내 돈 내고 사 피우면서 ‘공갈, 협박’도 감수해야 한다. 우습기도하고 자존심 상하지만 별 수 없다. 흡연욕구를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폐암으로 이승을 떠난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담배 맛있습니까? 그거 독약입니다. 저도 하루에 두 갑씩 피웠습니다." 라는 막바지 절규처럼 담배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

또한 수많은 유해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주성분인 니코틴은 담배 중독의 원인물질이다. 흡연 후 1시간 정도만 지나면 또 흡연을 하도록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흑갈색 물질인 타르는 아스팔트 도로포장 때 쓰이는 물질로 폐암을 유발시킨다.

1600년대 초반, 세계 최초라 할 수 있는 금연구역을 지정했던 영국 왕 제임스 1세는 지나칠 정도의 혐연권자였다. ‘내뿜어지는 악취의 연기는 지옥의 연기와 매우 비슷하다’며 종교적 색칠까지 더해 흡연을 즐긴 전 왕조의 공신 월터 롤리 경을 참수했다.

오스만 제국의 무라드 4세는 광적이다시피 했다. 무려 3만여 명의 목을 잘랐다. 담배연기를 내뿜는 자체가 술탄인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라고 규정지었다. 부자든 귀족이든 외국인이든 담배를 피우는 이는 목이 잘렸다.

이런 와중에도 흡연자는 꾸준히 늘어났다. 중독성 때문이다. 어느 정도냐 하면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극복해내지 못했다. 젊었을 때부터 흡연자였던 그는 담배를 끊으려다 우울증이 왔다. 그래서 코카인을 접했고 그 다음에는 코카인을 끓으려고 또 담배를 피웠다. 이후 구강암이 와서 턱을 잘라내고 인공 턱을 붙였지만 끝내 구강암으로 죽고 말았다.

이제 음식점, 피씨방, 커피숍 등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적발되면 흡연자에게는 10만원, 업소에는 1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비싼 담배 값에 세금 더 내고, 건강 잃고, 자칫 과태료까지 내야할 판이다. 이 참에 백해무익한 담배를 끊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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