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勤)과 검(儉)의 미덕(美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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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勤)과 검(儉)의 미덕(美德)
  • 최동철
  • 승인 2015.01.15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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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을 꼽으라면 단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그녀는 통일 전 동독출신으로 촌스럽고 유머감각, 말주변은 물론 카리스마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독일의 첫 여성 총리가 됐다. 그리고 내리 두 번 더 선출되어 세 번째 총리 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녀가 이같이 지지를 받는 데는 가식이 없고 겸손하며 과감한 리더십 때문이다. 투표율 71.5%의 세 번째 선거에서 그녀는 41.5%의 지지를 받으며 대승을 거뒀다. 크게 이긴 그녀는 정적이었던 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16개 부처 중 핵심 6개 부처 장관직을 맡겼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반대했던 25.7%의 유권자가 지지했던 제1야당의 선거공약을 정부의 정책으로 과감히 수용했다. 결국 패자는 없게 된 셈이 됐고 국민 통합은 저절로 이뤄졌다. 모든 국민과 이해집단을 배려하니 그녀의 위상과 이미지는 저절로 정당과 정파를 초월했다.

그녀는 리더십 외에도 근검의 미덕을 지닌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해 8월경 독일 언론 빌트는 메르켈 총리가 밝고 화사한 색상의 같은 튜닉 블라우스를 입고 1996년, 2002년, 2014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 참석한 사진 3장을 게재했다.

1996년에 메르켈은 환경장관이었으며, 2002년에는 기독민주당 대표였다. 그런 위치의 그녀가 18년 동안 같은 옷을 입었다. 이른바 패션외교라며 유행과 인위적 품격에 민감한 일부 여성 정치인과는 확연히 대비됐다. 빌트는 기사 제목을 '자신에게 충실한 메르켈, 아름답다!'라고 뽑아 보는 이들에게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도 있는 뉴스가 최근 보도되어 씁쓸함을 주었다. 청와대가 고가 명품만을 취급하는 ‘한국가구’라는 업체에서 침대, 식탁, 책상, 서랍장 등 39개 가구를 5,537만 여원어치 구입했다는 것이다. 침대는 669만원이었고 책상은 545만원이었다. 213만 원짜리 서랍장도 있었다.

비싼 가격을 의식했는지 청와대는 이들 가구를 ‘물품목록정보법’에 따른 식별명과 식별번호를 부여하면서 한국가구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가구나 중소기업 제품을 산 것처럼 서류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여하튼 국민정서 상 검소와는 괴리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유사입사이 유사입검난(由儉入奢易, 由奢入儉難)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검소한 생활을 하다가 사치하게 되는 것은 쉽지만, 일단 사치하게 된 자가 본래의 검소한 생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한나라의 정승이 된 장지백이 ‘내 봉급이면 온 집안 식구들이 비단 옷을 입고 쌀밥을 먹어도 근심할 것이 없다. 그러나 내가 오늘과 달라지는 날에는 사치에 젖은 식구들이 검소한 생활을 할 수가 없어 반드시 잘못을 저지르게 될 것이다. 내가 벼슬자리에 있거나 떠나거나 근과 검이 한결같은 하루 하루여야만 할 것이다.’고 말한대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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