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천하지대본(農事天下之大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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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천하지대본(農事天下之大本)
  • 보은신문
  • 승인 1999.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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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제(탄부 대양, 세련산업 대표)
사람은 살다 보면 자기의 중요한 기본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착각속에서 시류를 따라 무심하게 떠 내려가고 있음을 보게 된다. ‘하이테크산업’‘벤처 기업’‘틈새시장’‘사이버 마켓’‘브랜드 사업’‘세계화 시스템’‘지구촌 시대’‘밀레니엄’등등 이루다 헤아릴 수 없는 시류를 뜻하는 말들이 범람을 하고 있다. 사실 또 이러한 시류를 무시하고 고전적인 생각에만 얽매어 있을 수만도 없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시대가 하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으니 그 변하는 시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시대적 낙오자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시대가 급변한다 해도 모두가 벤처기업을 하고 모두가 하이테크 생각만을 한다면 큰일이 날 것은 뻔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이 기본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문적인 과제들은 접어두고 우선 농사하는 것에 대해 생각나는데로, 깊이 느낀데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일찍이 우리나라는 농사하는 것을 기본으로하여 수 천년을 살아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다. 지금에 와서 이 날은 싹 사라졌고 농사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발상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요 기본적으로 잘못되었따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의·식·주중에서 먹는 것이 제일인데 이 먹는 식량은 하늘에서 비 내리듯이 그냥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이요, 생산 공장에서 칼을 만들 듯이 무한적으로 생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인류가 먹고 사는 식량은 반드시 농토가 있어야 하고 농자의 수고가 있어야 하고 하늘이 주시는 햇빛과 물이 있어야 되기 때문이다.

우선 독일과 일본의 경우를 눈여겨보면 ‘하이테크’산업도 세계제일이지만 농업도 세계제일로 앞서가고 있음을 본다. 독일의 경우 평지의 농토는 말할 필요도 없고 웬만한 산지에 포도, 감자, 보리와 작물을 가꾸어 대대로 농사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산림을 보면 200년전부터 용재림으로 가꾸어 산은 나무를 키우는 밭이 되었고 오늘날 그 산에는 돈이 가득한 것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얼마나 억세게 일을 하는지 소농사를 하여 고기는 수출을 하고 있고 그 가죽은 잘 가공을 하여 전세계에 수출을 한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고급 가죽도 독일제이다. 이러한 큰 돈벌이는 ‘하이테크’도 아니고 ‘벤처사업’도 아니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면서 발전시킨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농사이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나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극히 보고 느낀 상식만을 얘기하는데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후지’사과를 보라, 그 맛이 세계제일이다.

그래서 전세계로 수출을 해서 돈방석에 올라있다. 우리나라 과수농사하는 사람들은 부지런히 일본으로 들어가서 그 후지사과 종묘를 사다가 사과농사를 해야 한다. 그것도 품종개량을 계속 개발하여 10년이 멀다 하고 많은 돈을 주고 사오고 또 사야 한다. 산에 나무농사는 어떠한가? 100여년 전부터 독일 사람들처럼 용재림으로 개량을 해서 역시 산림도 제일이다. 특히 스기나무는 너무도 유명하다. 위로만 크고 재질이 아주 뛰어나서 가구 내장재로는 세계제일이다.

우리나라의 최고급 주택의 마루 바닥재는 전부 스기목이다. 우리나라 제주도는 불과 20년 전부터 이 스기나무 묘목을 사다가 귤 밭의 방풍림으로 가꾸어 대성공을 하였다. 그래서 섬나라 마다 바람 때문에 나무가 자라지 않는다는 전설은 사라졌고 오늘날 저 아름다운 낙토가 되었으니 이 또한 스기나무 농사 덕택이다. 과연 기적을 보는 것 같다. 미국의 서부 텍사스, 네바다 등 몇 개주는 풀도 없는 까만 사막이다. 이것을 아주 헐값으로 멕시코로부터 사들여 오늘날 세계제일의 농장으로 만들어서 일약 거부가 되었으니 농사도 미국이 세계제일이다.

이제 돌아와서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자. 첫째로 농사를 거의 다 버리고 도시로 다 떠나가서 수십년째 농사 개량의 진전이 없고 그 수입은 극히 미미하다. 농사는 시류에 맞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이 문제이다. 둘째로 산림은 그대로 방치해 온갖 잡나무만 무성하여 특히 가시나무가 왕성하여 산에 들어갈 수도 없는 지경이다. 이제 또다시 전부 벌목을 하고 개량종 용재림으로 바꾸어야 할 처지가 되었으니 지난 50년이 아깝기만 하다.

셋째로 농사를 막 취급하여 아무데나 아파트 숲을 만들고 여기저기 농토위에다가 공장을 지어서 농토가 엄청나게 줄고 있다. 이것도 극히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이제 영원히 식량을 돈을 주고 사다가 먹고 살아야 한다. 수십년을 내다보면 아찍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전국토의 70%가 임야이다. 이것을 잘 가꾸어서 산림농사와 동시에 이곳에 주택문제와 공장문제도 조화있게 해결하면 일석삼조이다. 누구나 독일에 가서 보면 쉽게 배울 수 있다.

넷째 농토와 임야를 모두 땅 투기의 대상으로 방치해서 더 큰 문제가 되었다. 세상에 어느 재벌치고, 또 어느 권력가 치고 수백만평 땅투기 안한 집이 어디 있는가? 온 세상 천지에서 땅투기에 전심전력한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그 결과가 IMF요, 그 결과가 세계제일의 빚쟁이 나라가 되었다. 모두가 착각 속에서 깨어나야 한다.

못된 생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땀 흘려 일해야만 살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롭게 알아야 한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 하여도 먹고 사는 문제의 기본이 무엇인가를 잊어서야 되겠는가! 농사는 천사지대본이라는 진리는 깊이 생각해 본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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