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의 실상을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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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의 실상을 알아본다
  • 보은신문
  • 승인 199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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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행(탄부 매화, 보은여중·고 교장)
우리 겨레는 반만년의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우리만의 공통된 민족적 정서가 형성되었고, 또 그 정서의 바탕 위에 화술이 발달해 왔습니다. 작품을 통해 확인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울어라 울어라 새여
자고닐어 울어라 새여
널라와 시름한 나도
자고닐어 우니노라

나비야 청산가자
범나비 너도 가장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옥에 흙이 묻어 길가에 버렸으니
오는 이 가는 이 다 흙만 여겼노라
두어라 흙이라한들 흙인 줄이 있으랴
천년을 살거나 만년이니 사드란 말이냐
죽음에 들어서 노소가 있을까
살아 생전에 제 마음대로 노세

첫 번째 작품은 극단적인 현실 도피를 그린 『고려가요』로 우리 민족의 「애처로움과 갸날픔」의 정서가, 두 번째 조선조시조 작품에서는 참고 견디어 보려는 「은근과 끈기」가, 특히 마지막 작품에서는 참고 견디다 지쳐 체념상태에까지 이른 우리 민족의 처절함이 '두어라' '노세'라는 두 단어에 함축되어 나타내고 있음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우리 민족의 성격적 단면을 들어 육당 최남선은 낙천적이고 내로내핍(耐勞耐乏)하고, 견인지구(堅引持久) 무용선투(武勇善鬪)함이 우리 민족의 장점이라고 했고 자주정신이 든든치 못함과 자주의식이 분명치 못함, 공공심의 부족함 및 책임관념이 없고 조직적 행동에 소홀함이 단점이라고 말하면서 이것도 어디까지나 역사적인 안목에서 관찰된 우리민족의 성격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윤태림의 「의식 구조상으로 본 한국인」에서 유교사상의 영향이 특히 두드러짐을 말하고, 삼강오륜이 계층의식을 형성한다고 했습니다. 이상의 작품에 나타난 민족적 정서나 역사적 관찰을 통해 볼 때 우리 민족은 인간의 가치를 논함에 있어, 예의를 잘 지키고 권위를 갖추며 행동을 신중히 하고 언행을 조심하며, 모든 욕구를 자제하는 것에 두었습니다. 화술 또한 '은근과 끈기' '기다림'의 정서가 예절과 덕에 접목되면서 발달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세상은 너무 변했습니다. 물질적 가치 중심의 사고와 쾌락을 추구하는 풍조 그리고 도덕적 권위의 상실과 물질만능의 사회 병리적 현상이 사회는 물론, 학교현장에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둑이 영웅화 될 뻔 했던 신창원의 충격사건, 용돈 때문에 자신의 부모를 모두 살해하고 강도 사건으로 위장 했던 박한상군의 한의원 부부 살해 사건들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도둑이 영웅화 될 뻔 했던 신창원의 충격사건, 용돈 때문에 자신의 부모를 모두 살해하고 강도 사건으로 위장 했던 박한상군의 한의원 부부 살해 사건들은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서 떠날 줄 모르고 있습니다. 무엇 보다도 두려운 것은 청소년들의 자제력 약화와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제어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녀들과의 대화의 단절 속에서 연면히 이어오던「은근과 끈기」의 민족적 정서까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훌륭한 화술은 역시 우리의 민족 정서에서 찾아야 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조탁되어야 합니다. 즉, 옛것을 바탕으로 새것을 받아들이는 화술이 확실한 자리 매김을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화술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운 마음 쓰기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물결과 같아 언제나 잔잔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때로는 깊은 여울처럼 마음결이 요동칠때마다 일렁거립니다. 이에서 중심을 잡을 수 있는 마음 쓰기가 바로 인격입니다.

필자는 본고 1편에서 『대화란 입이 말하고 귀가 듣는 것이 아니라,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 화법』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으뜸가는 화술은 곧, '성실한 말'입니다. 성실한 마음, 성실한 말, 성실한 행동이야말로 인간관게의 최상의 방법입니다. 이제 필자는 제3편에서 매력과 호감을 주는 그리고 재치 있고 참신한 교양인의 화법을 소개하겠습니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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