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수방행정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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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수방행정을 생각한다
  • 보은신문
  • 승인 1999.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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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업(보은 산성, 충청일보 정경부장)
내고향 보은을 생각하노라면 수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난다. 잊을만 하면 하늘이 폭우를 쏟아부어 물난리를 일으킨다. 산간오지 마을이라 괜찮을성 싶은데도 7∼10년 주기마다 찾아오는 수해는 간장을 서늘하게 한다. 여름철 비소식만 있으면 애간장을 태우는게 보은 사람들의 심정일지도 모른다. 지정학적으로 소백산맥의 서편에 위치해 있는 보은은 구름이 속리산에 걸리면서 내북과 산외, 외속, 마로면 일대에 물주머니를 터뜨린다. 이같은 폭우는 천재지변이어서 어쩔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부하자.

그러나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지만 어쩐 일인지 보은은 그렇지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으로 속앓이만 하고 있는게 고향을 떠난 출향인사들의 심정이 아닐까 한다. 수해이후엔 수백 수천억원의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자된다고 일부에선 좋아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 이면엔 농작물 피해를 우려하는 농민들의 한숨소리를 외면한채 지역 경제론만 따지는 것이다.

밤잠 설치면서 마음 조아리는 내 고향 부모형제의 아픔은 천재지변이다고 가볍게 치부해서도 안되고 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는 생각에서 이글을 쓴다. 늘 수해이후엔 항구복구라는 용어가 언론 지면을 메우고 행정기관도 그런 맥락에서 접근을 하지만 지나고 나면 원래의 모습에서 벗어난게 없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기관은 예산타령에다가 시간에 쫓기는데 다반사이다보니 어쩔수 없는게 수해복구 사업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한켠에선 수해복구로 건설업자만 배불리는게 아니냐는 따가운 비판이 적지 않게 나온다. 첫째는 우리 고향에 맞는 수방대책이 없다. 비만 오면 수해가 불 보릇 뻔한데도 상부기관의 지첨서대로 방관만하고 있다.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재단을 하니 원초적인 문제는 늘 제외된다. 산사태가 나서 농작물을 쓸어 묻고 마을은 온통 물난리를 겪어도 임시방편만 하는 곳이 보은군의 수방행정이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는 고향의 건설업체이다. 일거리를 얻는데는 보은업체에게 특혜를 주어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쳐놓고 수해복구 공사를 해 놓은게 형편이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일을 지도하고 감독해야할 사람들이 자기 배 불리는데 혈안리 되어 일거리 수주에 급급했다는 여론이고 보면 후손들에게 욕먹을 짓이요, 손가락질을 받아도 마땅하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고 변명을 늘어 놓을지 몰라도 빙산의 일각이 무너지면 수해는 또 일어나게 돼 있고, 그때가서 천재냐 인재냐를 놓고 왈가왈부하는게 다람쥐 쳇바퀴 도는 행정의 모순이 아닌가 한다.

수해복구 예산과 시간이 부족했다면 그 다음해에 수방대책을 수립해 정부 예산을 확보하고 사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최소한의 피해정도는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다. 터진 둑만 복구를 하고 하류지역의 하천폭을 확장하거나 산사태지점 복구엔 손도 안대고 있으면서 수방행정을 잘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수해복구공사 현장을 모두 둘러 봐야 하는게 아니다.

항구적인 수해복구 현장을 접근하는 시각이 아니기에 노파심에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고향은 늘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어머니의 품속같다. 고향을 지키는 사람들의 보은 사랑정신에 비유야 하겠느냐마는 출향인사들도 늘 고향이 발전하길 고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여겨진다. 어찌보면 타지에 나가 서러움을 받아본 출향인들이 더 고향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난을 빌어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체에 보은의 지정학적인 특성을 고려한 수방대책을 수립하고 평상시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고향 건설업체들은 스스로 자각하여 명예를 드높일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 바로 견실시공하는 의식개혁이다. 일부 업체의 공사현장이 부실화가 우려되거나 민원을 발생시키면 건설업체 공동의 이름으로 설자리를 잃게 하고 타지업체의 현장을 과감하게 고발하는 군민정신도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닐까 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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