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란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 실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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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란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 실상이다
  • 보은신문
  • 승인 1999.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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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행(탄부 매화, 보은여중·고 교장)
화술과 인간관게(1)
폴로니아스가 햄릿에게 "무엇을 읽고 계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덴마크 왕자는 대답하기를 "말(言語)"이라고 대답합니다. 『햄릿』에서 셰익스피어(W.Shkespea)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표현은 단순한 언어의 의미만은 아닙니다. 그 말 속에는 배우의 동작, 움직임 등을 함께하는 무언의 표정까지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말이란 단순한 입놀림이 아닌, 말에 앞서 마음이 있고 말에 이어 행동이 있습니다. 우리의 선인들도 언어에절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남기고 있습니다.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한번 한 말이 알맞지 않으면 천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

입과 혀는 재앙과 근심이 들어오는 문이요, 몸을 망치는 도끼다. 남을 이롭게 하는 말은 따뜻하기가 햇솜과 같고, 남을 해치는 말은 날카롭기가 가시와 같다. 한 마디의 짧은 말이 귀중하여 천금의 값이 있기도 하고, 한 마디의 말이 남을 해쳐 아프기가 칼로 베는 것 같기도 하다. 입은 곧 남을 해치는 도끼요, 말은 곧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다물어 혀를 깊이 간직하면, 어느 곳에서나 굳게 지켜져 몸이 평안할 것이다. 대화에서의 마음가짐을 이보다 더 명쾌하게 설명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예로부터 언어예절을 숭상해 온 민족으로 바른 몸가짐, 고운 말씨를 사회생활의 가장 큰 덕목으로 삼고 선한 인성에 바탕을 둔 지헤로운 화술을 가르쳐 왔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가정에는 자녀와의 다정한 대화가 사라져가고, 사회에서는 말소리가 거세지는 등 우리말이 바람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녀와의 대화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가로 놓여 있는 갈등과 단절의 벽을 없애 주고 부모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두텁게 해 주며 자녀들에 대한 강한 소속감과 충만한 행복감을 심어주어 정서적 안정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요즈음 우리 가정에서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시간이 없고, 어머니와의 대화는 '공부' '돈''밥' 세마디 뿐이랍니다. 각급 학교의 국어교육 또한 글을 가르치는데에만 급급할 뿐, 말을 가르치는 교육은 등한시 하는가 하면, 국민 정서 생활 및 바른 생활 예절을 위해 선구자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언론 매체, 특히 방송 프로그램들도 그품위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말에 대한 무관심이 도를 넘은 지경에 이른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아픔니다. 프랑스말이 세게적인 품위와 격을 유지하는 까닭은 프랑스 국민 모두가, 그들의 고유어를 아끼고 사랑하며 그들의 얼을 굳건히 지켜온 때문입니다.

말이란 그저 생긴 것이 아닙니다. 적어도 한 민족이 고유한 언어를 쓰기까지에는 수천년의 연면한 역사가 함께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세계의 어느 민족과 견주어 보아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운 말과 훌륭한 글을 지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말은 한 때는 외세에 의한 말살 위기 등, 수난의 시대를 겪으면서도 더욱 굳건히 다듬어지면서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이같은 소중한 사실들을 더듬어 볼 때, 잘못된 방향으로 변해가는 지금의 언어생활을 더 이상 방치해 둘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소중히 이어 온 우리말의 혼과 맥을 실질과 실용을 살리면서도 예절과 교양이 담기 그리고, 새천녀에 걸맞는 화술로 다듬어 보는 일은 진정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와 남과의 대화가 원만해야 개인의 발전은 물론, 사회 공동체의 번영을 도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대화란 입이 말하고 귀가 듣는 단순한 화법이 아니라, 입을 통해 인격이 말하고 귀를 통해 인격이 듣는 화술의 실상이기 때문입니다. 의사표현이란 언제나 감정의 표현이 따르므로 인간관계를 좌우하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표현들은 그 민족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줍니다. 이제 필자는 매력과 호감을 주는, 그리고 재치있고 참신한 우리말의 화술을 찾아 소개하기 위해, 민족적 정서를 바탕으로 우리말의 실상을 찾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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