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수의 지혜 짜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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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수의 지혜 짜내야…
  • 보은신문
  • 승인 1999.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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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삼(보은문학회 총무)
언제부터인가 수돗 물을 계속 틀어 놓고 설거지를 하는 버릇이 생겨났다. 기름끼가 있던 없던 세제를 푸는 것 역시 그러하다. 수돗 물이 낭비되고 세제로 인해 환경이 오염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우선 편리함과 깨끗하다는 느낌만으로 또는 나 하나 쯤이야 하는 그릇된 발상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무서운 습관에 젖어 있었다. 종종 그런 습관에 놀라 생각을 돌이켜 화장지로 기름끼를 닦거나, 퐁퐁대신 밀가루를 써보고, 쌀 뜬물을 받아 놓았다가 설거지를 해보곤 한다.

세탁을 끝낸 세탁물을 받아 놓았다 다시 사용해 보기도 하고, 세탁기의 헴굼물 역시 따로 받아 목욕탕 청소나 걸레 빠는일에 사용해 보지만 그 번거로움에 작심삼일로 그치게 된다. 우리 주부들은 물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많은 물의 낭비와 오염에 한 몫을 한 주범이기도 하다. 일찍이 절수운동을 고취시키시던 아버님의 가르침도, 물질 문명의 발달과 산업의 발달로 인한 기계화에는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다.

“물은 곧 생명이다. 사는 것을 배우는 데에는 물 만한 것이 없다”시며 물길을 따라 삶의 터전을 옮기시던 내 유년시절, 아버님의 생활모습이 떠 오른다. “앞으로 이 삼십년 후에는 물을 사먹는 시대가 올것이니, 물을 아껴 쓰고 깨끗하게 보존해야 된다”시며 몸소 절수법을 실천하시던…

아버님의 세숫물은 손 등이 잠길만큼의 물에 세안을 하시고, 발을 씻으시고, 걸레를 빨고, 고무신 닦고, 마당에 뿌리거나 화단의 꽃모나 담장 밑 호박모에 뿌려졌다. 그때 그 모습들이 이해되지 않아 아버님의 뜻을 쉽게 따르지 않았는데, 요즘 환상처럼 다가와 내 생활의 지침이 되고 있다. 집 밖으로 나가는 하수도 마당 한 쪽에 큰 웅덩이를 파 중앙집합 하수장을 만들어 침수와 정수과정을 거쳐 흘러가게 하거나, 그 물을 떠 텃밭에 주시곤 하셨다.

유난히도 나는 물을 사용해서 하는 일을 좋아했다. 당연히 물 씀씀이는 헤펐고 그것을 지켜보시던 아버지께서는 “이승에서 버린물 저승가서 다 마셔야 하는데, 너 그 물을 어찌 다 마실래 큰일 났다 너 이제 큰일 났다”하시며 겁을 주어 못된 습관을 고치려고 애를 쓰셨다. 어릴적 세뇌 되었던 그 말씀에 겁을 먹은 나는 지금도 가끔 내가 버린 물의 양을 환산해 보곤 한다.

요즘 나는 아버님의 그 말씀이 저승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슈퍼마켓의 진열대에선 거짓말처럼 물이 판매되고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린 물은 정수라는 과정을 거쳐 다시 먹고 있지 않는가. 그 만큼 물은 오염되었고 고갈 되어가고 있다. 언제인가 T.V에서 독일인들의 물 사용법을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늘 생각만 해왔던 것을 그들은 현실로 옮겨 실천하고 있었다.

장미철이면 수도꼭지애ㅔ서 흙물이 나오거나 단수 될 때 마다 마당에 빈 그릇을 놓고 빗물을 받아 허드렛 물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불편함을 느끼고 빗물을 집 안으로 끌어들여 세탁기나 변기로 연결하는 방법과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하는 방법 등등, 구상했던 내 지론이 독일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옥상에 물 탱크를 설치하자는 내 제의에 오래 된 건물인데다 많은 인건비를 이유로 남편은 거절했었다. 그 때 아버님이 계셨더라면 나는 지금 빗물로 빨래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새 집을 지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옥상에 물 탱크를 설치하여 빗물을 받아 옥 안으로 끌어들여 변기나 세탁기에 연결할 수 있는 수도꼭지를 설치해 볼 것을 권장하고 싶다. 장마철이 왔다 물 난리를 몇 번 겪은터라 걱정부터 앞선다. 말려야 할 빨래감과 퀴퀴한 냄새, 구질구질함으로 짜증 또한 없지않다. 그러나 차 한잔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낮은 곳으로 향해 흐르는 물줄기를 잡아두고 싶을 때가 있다. 빈 그릇 그릇에 빗물을 받아 가두어 보자. 사용처는 의외로 많은 것이며 수돗 물을 절약하는데 작은 실천 방법이 될 것이다. 우리들 아버님의 세대가 멀리 있는 물줄기를 끌여들여 생활·농업·공업용수로, 생활의 편리성을 추구했다면 우리는 물을 아껴쓰고, 깨끗하게 보존해야하며, 물의 대체 에너지를 생각할 대가 왔다. 한 번 사용한 물의 재활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고, 깨끗한 물이든 더러운 물이든 너무 쉽게 흘러가게 되어 있는 각 가정의 배수관에 대한 문제점도 하나 하나 점검하여 개선점을 생각해 본다.

오래 전 수자원공사에서 나온 팸플렛에서 읽었던 시자(尸子)의 군치(君治)편에서 뽑아온 한구절인 수유사덕(水有四德)이 생각난다. 물은 이 땅의 모든 자연물을 깨끗하게 씻어주고 만물을 통하여 흐르게 하니 인이며, 맑은 것을 추구하고 탁한 것을 꺼리며 찌꺼기와 더러운 것을 버리니 의이고, 부드러우나 범하기 어렵고 약하지만 강한 것을 능히 이기니 용이며, 강으로 흘러 하구로 나아감에 나쁜 것을 포용하고 그 흐름이 겸손하니 지이다 …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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