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통해 깨달은 한국사랑 ‘남북한 사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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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통해 깨달은 한국사랑 ‘남북한 사진집’ 출간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3.11.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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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셰퍼드(48·뉴질랜드사진작가) 전 산림청백두대간 홍보대사
“남한과 북한의 차이점을 굳이 말하라면 정치적 관점을 제외하곤 언어나 음식, 생김새, 풍기는 정(情) 등 둘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뉴질랜드 포리루아 출생인 로저 셰퍼드(48)는 2년 째 속리산자락에 펴놓은 과묵한 애정을 과시라도 하듯 그동안 백두대간을 통해 얻은 한국 사랑에 대해 이렇게 피력했다.
지난 6일 국회에서 ‘백두대간’ 사진전을 연 것을 비롯 평양사진전, 관광부, 산림청, 뉴질랜드의 사진전 등을 합치면 이번이 5회째인 그는 “백두대간의 산(山)문화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발견한다”는 말로 한국의 백두대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밝히고 있다.

국회·평양 사진전 통틀어 모두 5회 사진전 개최
지난 2012년 8월, 한국관광공사 명예홍보대사로 남한과 북한의 백두대간을 모두 밟아본 유일한 사람이었던 그는 최초로 한라산부터 백두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촬영해 북한의 평양 박물관에서 사진전을 개최했다.
백두대간의 사랑을 품은 그는 지난 6월 ‘코리아 백두대간 남과 북의 산들(mountains of north and south korea)’이란 제목으로 ‘백두대간 코리아’ 사진집을 출간했다.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지난 2006년 초, 휴가 차 한국에 들른 그는 ‘백두대간’에 대한 흥미를 느꼈고 비록 국토는 나눠져 있었지만 문화와 언어는 동질성을 갖고 있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다.
“한국에 왔을 때 백두대간에 대한 흥미가 솟구쳤어요, 비록 국가는 나눠져 있지만 동질적인 한국문화, 언어에 대한 것들로 정체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한국말도 모르고 정보도 없었지만 한국 등산객들이 백두대간의 상징적 및 정신적 중요성을 알려 주더군요”

동료와 백두대간 종주 후 영문판 안내서 제작
2007년 한국을 다시 방문한 그는 백두대간을 다시 종주했다. 이번에는 동료 하이커였던 앤드류 더우츠와 함께 영문판 백두대간 안내서를 제작했다.
“안내서를 만들기 위해 조사하다보니 산길에서 등산객에게 들은 내용이 확인되더군요. 바로 ‘산문화’라는 변화무쌍한 세계에 빠져 들어가는 계기가 됐지요”
세 번째 방문인 2009년, 그는 6개월 간 한국의 백두대간의 여러 지맥들을 등반했다.
“매일 새로운 깨달음과 순간의 정신적 고양 등을 느꼈고 끝없는 산들의 미로를 헤매면서 새로운 문화적 사실들을 알게 됐어요, 그게 바로 초자연적인 이끌림, 바로 인연이라는 것을 알았지요”
뉴질랜드·문화교류NGO도움 북한방문 사진전
한반도 전체의 백두대간을 탐사하고 싶은 욕망 탓에 그는 사진촬영이란 매개체를 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
“2012년 가을 뉴질랜드 정부와 문화교류NGO의 도움을 받아 북한을 방문해 잠시 백두대간을 밟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래 머물지 못해 북한의 백두대간을 종주하지는 못해 아쉬웠다. 2012년 2월 북한의 금강산과 두류산, 식개산 등 10개의 산에 올라 사진을 찍었다. 2월, 북한의 백두대간을 오르내리며 찍은 44점의 사진 등 한반도의 백두대간을 담은 70점의 사진을 전시한 ‘남과 북의 백두대간’ 사진전을 열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에 발간된 사진첩은 남북한 양측 백두대간의 산들을 처음으로 기록한 책으로 남게 됐지요”

2년째 속리산 사내리 거주 주민과 교류
속리산 사내리 인근에서 살고 있는 그는 웬만한 한국 사정이라면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만큼의 한국 사람이 다됐다.
“그러나 복잡한 단어는 아직 이해가 잘 안돼요. 가까이 지내는 속리산국립공원 직원들과 이야기 나누며 이웃들과 인사하고 지낼 정도이지요. 물론 박(박명식 전 속리산지역발전협의회장) 회장님이 키우고 있는 개가 저를 이웃으로 보는 건지 아니면 외국인으로 보는 건지는 몰라도 박 회장님 댁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짖어대어 알려주는 것 같더라구요(웃음)”
“속리산 상원암에서 3개월 공부하고 난 후 속리산에 반해 이곳에 머물게 되었지요. 어쨌든 한국에 와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사진집을 발간한 것이지요. 제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산을 통해 얻어진 한국의 ‘호연지기’ 정신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전공과는 무관하지만 한국에 와서 백두대간을 통해 얻은 이 정신은 정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의 인연 이해·전직 외교경호팀 맡아
그에게는 가족으로 뉴질랜드에 양친이 모두 생존해 계신다. 70세이신 아버지와 두 살 아래인 어머니 그리고 두 명의 여동생을 두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한국에 오는 것을 매우 좋아해요. 아직 미혼이기는 하지만 운명처럼 한국에 이끌리는 저를 많이 이해해 주시는 편이죠. 말을 탈 줄 아느냐고 묻는데 제가 전직 경찰(외교경호부대)일 때 말을 타고 순찰을 돌던 때가 있다 보니 말을 그 정도는 탈줄 안다고 해도 되겠지요(웃음)”
“가장 고향에 가고 싶을 때가 언제냐는 물음에 그는 “1년에 한번쯤 이런 추위가 엄습하는 이때쯤이죠. 이때는 가족들도 보고 싶고 친구들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현재는 천안에 있는 단국대학교에서 10주간 한국말을 배우고 있는 과정 중에 있어요. 한국말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아직은 어려울 때가 많아 부지런히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웃사촌인 박명식 전 속리산지역발전협의회장은 “수년 째 속리산에 머물며 사진을 찍는 셰퍼드가 부지런히 매일 집 앞을 오가는 탓에 저절로 외국인이 이곳에 체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특히 그때 마다 왜 개가 짖어대는지, 원”하며 친근한 친구대하 듯 농을 건넨다.

7년 간 산 오르며 감동 사진집 출간 보답
셰퍼드는 백두대간을 통해 얻은 한국과의 인연과 사진이란 매개체를 통해 한국사랑을 듬뿍 담아낸 ‘코리아 백두대간 남과 북의 산들’ 출간으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 만족감을 표출해 냈다.
또한 남북한의 산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 이번 사진집을 발간해 낸 것이 그의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자신 있게 표현하는 그다.
“설명을 최소화하고 산 사진을 강조하려 애썼다, 독자들이 사진을 보고 의미를 조용히 느껴보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7년 동안 한국의 백두대간을 오르며 느꼈던 것은 한국인들이 나에게 감동을 주었고 인상에 남을 만한 많은 교육적인 말들을 해주었다. 그것 자체가 감동적 이었다”
또 그는 백두대간을 통해 한국과 맺은 소중한 인연을 깨달았고 곧 그것이 비록 국토가 분단되기는 했지만 백두대간의 중추가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정신적 지주가 되어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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