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답게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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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답게 사는 곳
  • 보은신문
  • 승인 1999.07.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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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혁(회북 쌍암, 보광산업(주) 대표이사)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곧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고 산다는 말이다. 사람들은 사람도리를 하고 싶은 희망을 이루고자 나름대로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 꿈이 실현 가능한 것일 수도 있고 때로는 전혀 허황된 꿈일 수도 있다. 세상사람들이 누구나가 가져봄직한 소망스러운 꿈이라면 이를 나무라거나 비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러나, 개인의 탐욕에서 비롯된 꿈이라면 성취되지 못한 상태에서 빨리 포기할 수록 좋다.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꿈은 보통 세가지로 나눈다.

첫째, 부자가 되고 싶은 꿈이다. 자유민주주의 경제체제하에서 모든 국민은 개인의 능력을 발휘하여 부자가 될 권리가 있다. 눈부신 산업발달과 국제간의 교육가 빈번한 세계시장을 통하여 개인이나 기업이 부를 축적하는 것은 국가경제에 크게 도움이 된다. 남보다 더 많은 성실한 땀을 흘려일하였거나 검소와 절약을 실천하였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당연히 더 넉넉한 경제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법적, 제도적 미비를 악용하거나 남을 속이고 가정을 파괴시키고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한탕주의 날로 심화되어 "돈이면 안될 것이 없다"는 생각들이 만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이다. 이는 비단 나 혼자 만의 것이 아닌 성 싶다.

둘째, 명예를 얻고자 하는 꿈이다. 우리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명예중시 전통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명예를 존중하게 된 데에는 지조와 절개를 덕목으로 삼는 선비사상에 그 뿌리가 있는 것으로 본다. 명예는 자신과 가문과 고향과 나라를 빛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와 기대, 그리고 존경이 대중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는 진정한 명예이어야 한다. 자기 혼자만의 교만과 아집에 도취된 명예는 헛된 것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아니하고 지탄하는 대상이 된 명예라면 그 명예의 가치는 이미 상실된 것이다.

잊을만 하면 터져 나오는 "명예 있는 자"들의 부정비리와 연류된 흉한 꼴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명예는 지켜야 빛나는 것이지, 명예를 돈 벌이에 그것도 아주 천박하게 이용해서야 어디 귀한 것이라 할 수 있겠는가?

섯째, 권력을 가지고자 하는 꿈이다. "권세는 10년을 못 가고 꽃은 10일 피는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음에도 유난히 권력에 집착하는 것은 오랜 역사의 관존민비사상에서 유래된 듯 하다. 국민은 누구나 공직을 담임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공직 곧 권력은 모든 국민의 공적인 이익보장을 전제로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이다. 권력은 어느 개인의 독점된 힘이 아니기에 개인 감정의 한풀이나 부정하게 돈을 모으는데 사용해서는 안된다. 권력은 어둡고 그늘진 곳에 밝고 따뜻한 빛을 주어야 하고, 억압당하거나 억울함이 있는 곳에는 정의와 공평함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하며, 가난하고 병들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 줄 수 있는 사랑의 손길도 있어야 한다.

권력은 결국 모든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자기의 생업에 전념하게 해 주는데 쓰여져야만 한다.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이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행동을 한다면 우리나라의 장래는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희망적인 꿈을 안고 성취하고자 힘쓰는 최종목표는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데 있다. 즉 부자가 되는 것도, 명예를 갖는 것도, 권력을 갖는 것도 모두 사람답게 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결코 이를 혼동해서는 안된다.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다 하며 살려면 우선 남들과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일찍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듯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더불어서 마음과 물질을 주고받으며 공존공생의 터전 위에서 사는 것이 기본이다. 가난하거나, 부자이거나, 지식이 있든 없든, 강한 자와 약한 자, 병든 자와 건강한 자가 다 함께 의지하고 더 불어서 아픔과 즐거움을 서로 나누고 이해하며 양보와 봉사로 손잡고 정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살맛 나는 사회가 될 수 있고 이렇게 될 때에 그 나라는 명실공히 선진문명국이 될 수 있다.

오늘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나름대로 크고 작은 아픔과 고통을 겪지 않는 자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어차피 자신이 처한 고난이 자신을 더 성숙하게 하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패배주의에 사로잡힌 자아로부터 탈출하여 감사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너무 작은 것에 매달리다가 인간 본연의 모습을 잃고 돈버는 벌레처럼, 명예의 미치광이처럼, 권력에 중독된 환자처럼 쫓기며 살 것이 아니라 사람의 도리를 다 하여 사람답게 살고 간다면 얼마나 보람된 삶이 되겠는가?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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