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 우리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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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차 우리의 향기
  • 보은신문
  • 승인 1999.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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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주부, 보은읍 교사리)
틀에 박힌 직업여성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지 2개월이 지났다. 무엇을 할 것이며, 내 인생을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해 확고한 신념이 있었기에 결정을 내렸고 이제 그 길을 가고 있다. 기존의 집착을 하나 둘 끊어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으면서 종전에 충실하지 못했던 주부의 역할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또 달라진 것 중 하나는 가족들이 각자의 일을 찾아 떠난 빈 공간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다. 맛과 빛깔, 향기를 음미하면서 나만의 고독을 즐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차는 커피, 인삼차, 쑥차, 유자차, 율무차 등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차와 구분하기 위해 녹차, 작설ㅊ, 참차, 전통차 등으로 차를 부른다. 이러한 대용차가 우리 생활 가까이 등자하게 된 것은, 조선 중엽이후 불교가 쇠퇴하고 유교가 숭상되면서부터 차례와 제사때 쓰이던 차가 술로 바뀌면서이다. 차는 식사후에나 여가시간, 또는 대인관계를 가지면서 즐겨 마시는 기호음료가 되어야하고 통상적으로 가정에 끓여 마시는 생강차, 율무차, 커피 등은 대용차이지 차가 아니다.

차와 대용차를 구분짓는 이유는 차에는 물질적인 차와 정신적인 차가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인 차란 잘 끓인 물에 어떤 종류의 식물을 첨가해서 우려낸 물을 말하고, 정신적인 차는 정신세계를 가치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난, 작년에 다도를 이수하고 가족과 함게 차의 고장 전남 보성을 다녀왔다. 우리나라 차 재배면적이 70%가 넘는 지역으로 삼나무 숲길을 따라 물소리를 들으며 찾아간 다원과 차밭은 경이로움 그대로였다. 70도가 넘는 경사에 50년 이상 가꾼 차밭의 선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한 쪽에 있는 다원에서 마신 차한잔의 운치는 아직도 설레임으로 남아 있다. 그 이후 우린 차생활을 하고 있다. 차생활이란 우리 일상생활의 먹거리로서 하나로 올바른 문화를 일구어 나가는 가운데 차생활의 기본 정신이 형성된다. 즉 생활밖이 아닌 우리 생활속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것이 진정한 차문화이고 차생활이다. 이런 생활이 조금은 우리에게 낯설고 어색해 보이는 것은 우리 생활속에 그런 차향기가 배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차는 담백하여 처음 마시는 사람들은 맛이 쓰고 풀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조용히 음미하다 보면 차잎에 함유된 여러 가지 성분들의 복합작용에 의해서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단맛의 다섯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닿는 맛이 쓴맛이고 입안에 오래 남는 맛이 단맛이며 약간 쓴 듯한 것이 차츰 입안을 상쾌하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해준다. 차의 오미는 흔히 인생에 견주어지는데 차를 마심으로써 다섯가지의 맛을 자기 안에서 서서히 하나의 향기로 승화시켜 지혜롭게 하고 도와 통하여 자연과 하나가 되어 예에 이르게 하며 그 멋은 오랜 경험을 통해서만 도달된다.

요즘 다이옥신 파동으로 인해 해독작용에 효과가 있는 녹차 소비가 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며, 남편은 우린 이미 차를 마시고 있기 때문에 앞서가고 있다고 했다. 보은 지역에서도 차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 생활개선회를 대상으로 작년 7월부터 다도에 대해 이론과 실습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보성견학을 통해 차를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는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나자신이 지역민들의 정신문화에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앞으로 계속 다도 모임을 구성할 계획이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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