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의 공직을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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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의 공직을 마감하며
  • 보은신문
  • 승인 1999.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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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자(보은읍 교사리)
사람이 살아가는데 환경이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삶의 길에나 자기 진로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불혹을 넘기 난 무엇이 정말 소중한 지 그것을 찾기 위해, 자아실현을 위해 20년이 넘은 공직의 길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동안 생활지도사로서 농촌의 의식주 가정관리등의 생활개선 사업과 농촌여성에게 자긍심을 찾는 과제를 부여하며 때로는 보람도, 어려움도, 아타까움도 있었다. 생활개선 사업도 사회의 흐름에 따라 많이 변했다.

지금의 어린이 집의 초석인 농촌 유아 보호를 위해 운영했던 농번기 탁아소를 지도하고 82년부터 지원해 이제 정착된 부엌개량사업등 초창기에는 일추진을 위해 지소 직원의 오토바이 뒤에 타고 누비고 다녔던 마을과 농가는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1년이면 2~3000명 정도의 여성들에게 개어있는 의식함양과 자아실현을 향한 사회교육은 큰 보람이었다. 가장 애착을 갖고 지도해온 것은 400여명이 넘는 생활개선회원의 조직 육성이다. 시행착오는 겪었지만 우수한 생활개선회로 유성했다고 나름대로 자부한다.

식생활이나 가정관리 생활예절 등 전문과정의 교육을 이수하고 우리 지역 여성들에게 지도할 수 있었던 건 정말 즐거웠다. 이런 생활 속에서 농촌은 나의 새활의 일부였고 깊은 애정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늘 갈등이 따라 다녔다. 그것은 직장여성이기 전에 가정주부로서 충실하지 못했고 자녀교육면에서 때로는 전업주부가 부러웠다. 그럴 때마다 『가지않은 길』이 라는 시를 떠올렸다. 간단히 설명하면 노란 숲속에 만난 두 갈래길에서 사람의 발자국이 적은 한 쪽 길을 택하한다. 길은 길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되돌아오기가 어려우리라 생각하면서 다시가지 않은 길을 언젠가 걷고 싶어한다.

그리고 먼 훗날 이 두길 중 한 길을 택했기 때문에 내 인생을 이처럼 바꿔놓은 것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이제 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또 다른 길을 가게 됐다. 그것은 또 하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장래의 희망을 발효하는 시간이 있었다. 난 그 당시 세계문학작품에 푹빠져 있었다. 당시 난 작품의 배경인 넓은 평원에 매료돼 전원과 목가적인 생활을 위해 농장을 경영할 것이며 40대에는 소설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직접 농장을 경영한 것은 아니지만 농촌과 관련된 직장이기에 실현됐다고 보고 또 하나의 꿈인 문학활동에 앞으로 전념하려고 한다.

퇴임식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며 나를 필요로 했던 사람이 많았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꼈다. 끊임없이 물은 흐르듯이 우린 어딘가에 언제까지 머물 수 없다. 좀 더 크게 보면 우리 존재도 영원히 이생에 머물 수 없듯이 난 어딘가에 정체해 있다는 것은 못 견딘다. 끊임없이 나의 삶을 모험하고 개척하며 변화를 거듭하며 살 것이다. 공직을 떠났지만 아팠던 것보다 아름다웠던 것을 더 기억하며 많은 것을 그리움으로 간직하고 생활개선회과 끊임없이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그 동안 내게 쏟아준 많은 사람들의 애정에 지면이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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