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후(老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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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노후(老後)
  • 서당골 청소년 수련원 원장 손진규
  • 승인 2013.04.0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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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드립니다' '보은교육 삼락회'란 현수막이 걸린 보은 대추 축제장의 가장 왕래가 많은 소싸움장 가는 길목의 한 코너에서 열심히 차를 나르던 연세드신 여성분들의 미소띈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지난 해 열흘간의 보은 대추 축제에서 3회의 한량무 공연을 마치고 들려 보면 여전히 찻집은 초만원을 이루었고 많은 내방객들은 반가운 해후를 하며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삼락회 회원들이 대추 축제 기간에 차 대접한 손님들이 8,000명을 넘었다니 무료로 커피나 녹차를 마시고 떠난 분들은 얼마나 보은의 인심에 흐뭇해 하고 고마웠을까? 경향 각지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이 방명록에 삼락회의 발전을 기원하며 흔적을 남기고 떠나던 모습이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삼락회(三樂會)! 우리나라 교육을 위하여 평생 몸 바쳐온 퇴직교원 단체로 가르치는 즐거움을 인생의 삼락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그 길로만 줄곧 달려온 분들의 모임이다. '청소년선도' '학부모 교육' '학교교육지원'등 평생교육을 지원함을 목적으로 하며 교육자로서 배우는 즐거움(평생학습) 가르치는 즐거움(평생교육) 봉사하는 즐거움(평생봉사)을 누려보려고 활동하고 있으니 참 아름다운 노후다.
늦은 감이 있지만 올해 초 '보은 삼락회'에 회원 가입을 했고. 그날 삼십 여명이 모인 신년회에서 점심 대접을 하며 교육 선배님들께 인사를 드렸다. 대부분 7 ,80대의 회원분들이지만 건강미가 넘쳤고, 중등에서 영어 교사였다던 정정하신 80대 후반의 L님은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를 논하며 요사이도 타임지를 읽고 AFKN 방송을 즐겨 듣는다며 노익장을 과시했으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며 내 삶의 롤 모델로 삼고 싶었다.
매월 3일이면 월례회에서 점심식사를 나누며 회원 상호간의 안부를 전하고 보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가르치고 배우며 봉사하는 교육활동을 통해서 평생교육을 실천하는 보은 삼락회 회원들은 분명 행복한 노후의 삶이 틀림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남녀 평균 수명이 OECD국가의 평균인 79세를 넘어섰고 '노인문제'가 국가의 중요한 이슈로 선정되어야 할 과제로 대두 되고 있다. 헤비거스트는 인간의 발달과업을 유아기부터 순차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노년기의 과업은 첫째 체력과 건강에 적응하는 문제, 둘째 은퇴와 경제적 수입의 감소에 적응하는 문제, 셋째 배우자의 사망에 적응하는 것과 넷째 자기의 동년배와 친밀관계를 유지하는 문제 등 을 제시하고 있다.
65세 이상 남성에게 대화할 상대가 없어 외로운지 물어 봤더니 응답자 20명 가운데 18명(90%)이 그렇다고 했다는 우울한 통계, 75∼79세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9명이라니 특히 남성 자살률의 심각함, 은퇴를 눈앞에 둔 중장년 남성은 가족과의 소통 단절로 외로움을 호소한단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중년 남성들은 소리 내어 울지 않을 뿐 마음으로 운다"고 했다. 노년 남성의 외로움은 보다 본질적이고 인생의 황혼기에서 오는 쓸쓸함이 엄습하지 않는가?
41년 6개월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퇴임 후 서당골 청소년수련원에서의 생활이 3년 7개월을 넘기고 있다. 1년 내내 체험학습으로 학생들의 힘찬 함성이 들려오는 곳, 교육기부 활동으로 아이들을 찾아가서 동화를 들려주고 꿈을 키우며 한량무로 멋진 춤사위를 선보이는 내 삶! 외롭다기 보단 늘 바쁜 생활이다. 다음에서 블로거로 활동하며 동광초등학교 병설 유치원에서 매주 금요일 오후 4개 반 유아들에게 30분씩 동화를 들려주었던 추억들!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어찌도 그리 귀엽던지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겼다.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며 사람은 늙어가면서 건강, 돈, 일, 친구, 꿈을 잃게 된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세상 온갖 것이 의미 없다. 스스로 노인이라고 생각 한다면 이제는 돈을 벌 때가 아니라 돈을 쓸 때이다. 돈이 있어야지 돈 없는 노년은 서럽다. 그러나 돈 앞에 당당 하라. 노년의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서자. 일은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기쁨을 준다. 죽을 때까지 삶을 지탱해 주는 것은 사랑과 일이다. 노년의 가장 큰 적은 고독과 소외. 노년을 같이 보낼 좋은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두자. 친구 사귀는 데도 시간, 정성, 관심, 때론 돈이 들어간다. 노인의 꿈은 내세에 대한 소망이다. 꿈을 잃지 않기 위해선 신앙생활, 명상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국 노년 남성 가운데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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