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꼭두각시놀음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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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꼭두각시놀음 아니었나'
  • 최동철
  • 승인 2013.01.24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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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지역 곳곳, 첩첩 현수막이 시각을 자극한다. 선전, 구호문 따위 중 일부는 쓰잘데기 없이 매우 선동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진지하지 못하고 유치한 내용도 있다. 권력에 눈도장을 찍으려는 듯 게시자 이름이 두드러진 중복문구의 현수막도 눈에 뜨인다. 어찌됐든 현수막 업자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특수를 즐기고 있겠다. 이 엄동설한에 말이다.

헌데 흐르는 분위기가 묘하다. 당초의 목적에서 조금씩 변모하는 모양새다. 원래 이러한 현수막 남발사태는 화력복합발전소 유치 추진과 관련되어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즉 유치 반대 측과 찬성 측이 서로의 입장과 주장을 군민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시작됐다. 그리고 양쪽 모두 공사석 모임을 통해 각기 입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이해당사자 간 상대 입장을 헤아리는 소통과 타협보다는 서로를 질시하는 경향이 많았다. 양쪽 모두 질세라 평행선만 고집하며 내달렸다. 오해와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급기야 ‘주민소환’으로 확전되고 말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을 넘어버린 것이다.

주민소환은 주민들이 지방자치체제의 행정처분이나 결정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단체장을 통제할 수 있는 제도다. 일정 수 또는 일정 비율의 지역 유권자가 청원하면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임기 전에 선거를 다시 실시하고, 선거에 지면 공직을 떠나게 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발전소 유치 문제는 졸지에 군수와 일부 군 의회 의원의 명예와 사활을 건 여론전이 되고 말았다. 곧 한 쪽은 주민소환 성사를 위한 선거권자 서명 작업에 착수했다. 또 한 쪽은 그것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소환을 반대하는 여론몰이에 돌입했다. 군수는 ‘일 잘하는’ ‘정직한’ ‘필요한’ 군수로 부각됐다. 평상시 같으면 선거법상 어림없는 표현들이었다.

그런데 지난 20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제6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될 화력발전 사업자 선정 명단에 보은지역의 ‘보은그린에너지’는 포함되지 못했다. LNG 사업권을 획득한 기업은 GS EPS(당진 95만㎾), 남부발전(영남 40만㎾), 대우건설(포천 94만㎾), SK E&S(여주 95만㎾), 서부발전(평택 90만㎾), 현대건설(통영 92만㎾) 등 6곳이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는 부랴부랴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식 표명했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는가.

보도대로 보은지역 발전소 선정이 ‘진짜 물 건너갔다’면 남는 것은 ‘허탈’뿐 일 것이다. 찬반 측 모두 허상과 싸운 꼴이 되고 말았다. 생기지도 않은 일을 놓고 서로 으름장을 놨으니 머쓱하게 됐다. 정녕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결국 한 쪽은 소기의 성과를 얻어냈다. 또 한 쪽은 지역발전을 위한 기회를 잃었다지만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내년 4월 선거를 앞두고 훌륭한 핑계거리(?)와 사회단체 단합이라는 성과에 만족하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원상태로의 회귀다. 발전소라는 갈등의 단초가 사라졌으니 원래로 돌아가는 게 순리일 것이다. 혹시, 이 모든 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꼭두각시놀음이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모두가 들러리로 한바탕 놀아난 셈 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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