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욕심에 한 마리 새마저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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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 욕심에 한 마리 새마저 날아간다’
  • 최동철
  • 승인 2012.10.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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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대추축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행사장 인근 주택가는 물론 논둑까지 주차차량들로 그득하다. 곳곳 세워진 대형버스를 보면 먼 도시나 지방에서도 단체로 찾아왔음을 쉬 알 수 있다. 이젠 어느 정도 전국적으로 알려졌나 보다. 매년 관람방문객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 대부분은 기웃기웃하며 즐거워한다. 어떤 이는 입안 대추를 오물거리며 맛에 심취하고 있다. 또 어떤 이는 주변풍경이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 듯 회심에 젖어있다.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이들은 공연장 근처에서 신이 나있다. 어른 못지않게 아이들도 커다란 경주 말과 소를 타보기도 하고 각종 놀이기구를 즐기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보은대추축제’는 아직 ‘축제의 장’을 완성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보은 큰 장날’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외람되지만 그렇게 느낌이 왔다. 다른 관람객도 느낌이 같은 경우가 많았다. 행사장의 몇 군데 부스는 무성의한 구색 갖추기 식 예산낭비로 보였다. 무엇보다 행사장 이 ‘매상 올리기’에만 급급해 하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대추를 포함해 행사장 내 상품 대부분이 비싼 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심지어 바가지에 가까운 상혼이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도 있었다.

중국 동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아이가 참새를 잡으려고 덫을 놓았다. 얼마 후 참새가 2마리 3마리 4마리 5마리 모여들었다. 아이는 때를 기다렸다. 그 때란 1마리만 더들어오면 덫에 연결된 줄을 잡아당겨 문을 닫는 것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한 마리가 더 들어와 6마리가 되었다. 닫으려는 순간 아이는 욕심이 생겼다.

그래 딱 1마리를 더 잡아 7마리를 만들자. 이번엔 한꺼번에 2마리가 더 들어와 9마리가 되었다. 이왕이면 열 마리를 잡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또 욕심을 부린 것이다. 그런데 한 마리 참새가 날아갔다. 남은 참새는 8마리가 됐다. 아이는 그냥 닫을까 생각했다. 그러다가 아니야 이번에 2마리가 동시에 들어오면 10마리가 되니 그 때 덫 줄을 당기면 된다고 결심했다.

순간 참새는 먹이를 먹고 한 마리씩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직 참새는 4마리가 남아있었다. 아이는 그래 한마리만 더들어와 5마리를 잡자고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참새는 2마리가 더 나갔다. 아이는 화가 나서 남은 두 마리라도 잡을까 생각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 전 욕심내지 말고 4마리라도 잡을 걸하고 후회했다.

그 순간 참새는 한 마리가 또 나가버렸다. 이제 한마리만 남게 됐다. 다급해진 아이는 잡아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덫 줄을 당기지 못했다. 참새 혼자 놔두면 외로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래서 한 마리 참새가 더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러나 마지막 한 마리 새마저 날아가 버렸다. 아이는 울음보를 터트리며 후회했다.

보은이 살기 좋은 고장이란 점을 알리고 즐기는 축제의 장은 뒷전으로 밀어놓은 채 장삿속 상혼만 만연하면 찾던 관람객마저 점차 줄어들 수 있다. 성공적인 축제에는 이점이 중요하다. 3년째 절임배추 가격을 동결한 괴산군 농민의 의중을 음미해보자. 분명 배울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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