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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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우려면
  • 보은신문
  • 승인 1999.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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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울산시의원, 수한 질신)
젊은이들에게 인기 있는 가수의 노래 중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이 있다. 굳이 성선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이 마음씨를 곱게 쓰고 이웃에 대한 사랑이 넘친다면 꽃보다 아름답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과연 그런가? 매일같이 신문 방송 사회면을 장식하는 기사를 보면 안타깝게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게 느낄 만큼 보기 좋고 가슴 따뜻한 기사보다는 이게 과연 사람이 할 짓이냐고 탄식할 일들이 더 많다.

사람의 심성이 이렇게 변하게 된 것은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산업사회의 발달과 비례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물질만능이라는 그릇된 가치관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고방식에 젖어들면서 점점 아름다움을 잃어 가는게 아닌가 싶다. 모두가 부푼 소망을 안고 맞이한 기묘년 새해가 밝은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 가건만 나라꼴 돌아가는 모양새는 작년에 비해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민을 위해 온갖 지혜를 모아야 할 위정자들이 민생은 뒷전이 채 당리당략 싸움에 날밤을 새우고 있기 때문이다. 정권은 『문민정부』에서 『군민의 정부』로 바뀌었음에도 날치기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전통은 독재정권 시절이나 다름없다는 것은 아직 진정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반중하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주민들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금 울산은 핵발전소 유치에 대한 찬반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울산광역시 산하 5개 구·군중 농어촌지역인 울주군이 독단으로 핵발전소를 유치하겠다고 나섬으로써 불붙은 찬반 논쟁은 이제 핵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한전 및 기초단체에 맞서 핵발전소 추가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및 시민·환경단체간의 양보할 수 없는 싸움으로 전개되고 있다.

핵발전소 건립에 대한 쟁점은 안전성, 경제성,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 기존의 핵발전소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잦았고, 울산 지역이‘활성단층 지대’에 속해있어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둘째, 경제성의 근거로 들고 있는 ‘핵 발전 전력생산 단가가 저렴하다’는 것은 이주 보상, 집단민원 해결, 핵폐기물 처리 등 간접비용까지 합치면 훨씬 비싸므로 경제성이 없을 뿐 아니라 핵발전소 지역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지면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물론 각종 공업 생산품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받게 된다.

셋째, 화석연료에 비해 환경오염이 적다고 하지만 고온의 냉각수 배출로 인한 바닷물 온도 상승으로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핵폐기물 배출 및 방사능 오염사고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더 이상 핵발전소를 짓지 않고 있으며 이미 지어진 핵발전소조차 폐기하는 실정이다.

보은신문에 왜 울산의 핵발전소 이야기를 하느냐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이런 비유의 질문으로 설명을 대신한다. "만약 보은군수가 보은군 세입증대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속리산 어딘가에 핵발전소나 핵폐기물 저장소를 짓겠다면 보은군민들은 돈 생기는 일이라니까 찬성해야 하겠습니까?"

핵발전소 문제는 울산시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환경권과 생존권과 관계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글을 시작하면서 화두로 삼았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기 위해서는 꽃이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지 않듯이 사람도 자연을 수단이 아닌 더불어 함께 사는 공생공존의 대상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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