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는 일제시대 상처
상태바
아물지 않는 일제시대 상처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1.08.18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속리산 민판동 일대 소나무 수백그루 송진채취 톱질 자국 선명
속리산 민판동에서 묘봉를 오르다보면 V자 모양의 상처입은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이 항공연료에 쓸 송진을 무분별하게 채취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올해가 광복 66주년이지만 일제 강점기 잔상은 좀처럼 아물지 않고 있다.
속리산면 사내리 여적암에서 묘봉으로 향하는 등산로 주변엔 ‘V자’ 모양으로 상처가 나 신음하는 소나무 수백여 그루가 줄줄이 서 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톱자국으로 보이는 이 흠집은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치르면서 항공연료를 대체할 송진을 무분별하게 채취하고 남은 흔적이다.
나무의 상처는 크기에 따라 가로 60~30㎝, 세로 100~20㎝에 달한다. 특히 뿌리째 쓰러져 고사되었거나 잘려 나간 나무도 적지 않다.
흠집난 소나무들의 수령은 대략 100년 이상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밑동의 둘레는 150~200㎝, 높이가 20m 남짓 되는 소나무가 대부분이다.
민판동 거주 주민(78)은 “일제시대 2인 1조가 한 조가 돼 전통소나무에 하루 한 줄씩 톱으로 자국을 낸 후 송진을 채취했다”며 “채집한 송진은 민판동 마을에서 수집한 후 솥에 따린 후 드럼통에 넣어 어디론가 가져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 지역뿐 아니라 국립공원 속리산과 구병산 곳곳에 일제강점기 당시 송진채취로 수난을 당한 소나무가 산재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군 산림과 담당은 “우리나라 소나무 군락지에서 일제시대 송진채취에 이용된 소나무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김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