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부활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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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부활의 노래
  • 보은신문
  • 승인 2002.04.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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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선 요(보은읍 교사리/청사이벤트 대표)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 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아버지가 옷감 떠서 나귀에 싣고 딸랑딸랑 고개 넘어 오실 때까지 고추 먹고 맴맴 달래 먹고 맴맴"

이 노래를 들으면 어린시절 친구들과 싸전 골목을 누비며 숨바꼭질하던 생각이 난다. 장날이면 흥겨운 엿장수의 엿가위 소리에 침을 흘리고, 차력사의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차돌이 깨지면 함성을 지르고, 약장수가 뱀을 목에 걸고 "자! 애들은 가라!"고 내쫓으면 기를 쓰고 사람들 틈에 머리를 디밀던 추억들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의 애환이 깃든 장소로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시장은 서민들의 종합문화예술 공간이요, 지역 정보의 교환 장소였다. 이 시장 저 시장을 떠돌던 장돌뱅이의 새로운 소식들은 살아 숨쉬는 서민의 생활 정보였고 뉴스 그 자체였다. 콩나물 파는 할머니의 한줌 덤 속에는 한줌의 정이 더불어 있었다. 우리가 어려웠던 시절 유통시장의 중심을 담당하던 재래시장은 1996년 유통시장의 전면개방과 더불어 대거 출현한 대형 할인마트의 급속한 증가로 인하여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대형할인점은 편리한 쇼핑, 싼 가격, 다양한 상품, 넓은 주차 공간 등을 무기로 재래시장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잠식해 들어갔다. 이로 인해 그간 재래시장이 쌓아왔던 입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전국에는 수백 개의 대형할인점이 존재하고 있다. 또 앞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재래시장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래시장이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무너지고 지역경제가 무너지면 서민경제가 더욱 어려울 것 이라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최근 어려웠던 재래시장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각 시장별로 상인회, 번영회를 결성하여 시장 발전을 위해 자구노력을 꾀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담은 "중소기업의 구조개선 및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발표하여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하여 재래시장에 희망을 주었다. 서울 우림시장이나 부천의 자유시장은 자구책으로 번영회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환경개선사업에 나섰고 공사가 끝난 후 매출이 30% 이상 오르고 상가 권리금도 제법 올랐다고 한다.

청주 육거리 시장은 상인연합회를 구성하여 시장 내에 주차장과 화장실을 마련하는 등 다른 여타 시장보다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최근에는 햇볕과 비를 막을 수 있는 아케이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대형 자본에 밀려 자꾸만 벼랑 끝으로 밀리는 영세상인들의 몸부림은 처절하기만 하다. 그들은 우리들의 부모요, 형제요, 이웃이다.

물론 그들이 살길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겠지만 지역민들이 우리지역 물건을 팔아주고 우리 상권을 보호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의 이웃 재래시장들이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열고 부활하려 합니다. 우리 다같이 희망의 부활의 노래를 힘차게 부릅시다 !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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