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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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부부
  • 류영철 농협보은군지부장
  • 승인 2010.10.2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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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 두 분을 오누이라고해도 믿을 것 같아요. 어쩜 부부가 이렇게 닮을 수가 있어요?” 몇 달 전 아내와 백화점에 갔을 때 옷 매장 직원이 우리 부부를 보고 한 말이다.
나는 아무리 보아도 아내와 나는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은데 자꾸 사람들이 닮았다고 하니 이젠 그런가 보다 한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다 보니 부부는 닮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닮은 사람을 찾기 때문이라고 하니 나도 그랬나 하고 옛날을 회상해 보기도 하였다.
7월 말쯤 인가보다. 아침 일찍 청주에 있는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새벽에 계단을 내려가다 넘어져 발목을 다쳤다는 내용이었다. 상태를 물어 보니 벌써 발이 퉁퉁 부어 신발을 신을 수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우선 인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해 놓고 일을 하다 보니 점심 식사 때가 다 되어서야 아내가 생각났다. 급히 아내에게 전화하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으나 인대가 늘어나 기부스를 하고 집에서 쉬고 있다고 하였다.
아내에 대한 걱정이 나도 모르게 짜증으로 변하였다. “애들도 아니고 어른이 왜 계단 하나를 못 내려가 넘어지고 난리냐”며 핀잔을 주곤 전화를 끊어 버렸다.
퇴근 시간이 되자 말은 그랬지만 그래도 아내가 걱정이 되었다. 사택을 향하던 차를 청주로 돌려 집으로 달려가니 아내는 기부스를 한 발로 끼우뚱 거리며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니 괜히 안쓰러워 보였다. 아내가 좋아하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니 계단에서 넘어질 이유도 없었을 것이고 혹시 다쳤다고 해도 지금처럼 통증 중에 계단을 걸어서 내려갈 이유가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싸해지며 아내에게 미안했다.
일요일, 아내 대신 집안 청소를 하다 보니 커다란 소철 화분에 청소기 줄이 계속해 걸렸다. 방해도 되고 또 화분에 물 줄 때도 되어 큰 화분을 혼자 조심스럽게 들어서 거실 창 쪽으로 옮기는데 갑자기 왼쪽 무릎이 뜨끔 했다. 많이 아픈 것이 아니라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아내가 쓰던 파스를 무릎에 붙이곤 청소를 모두 마쳤다.
3-4일이 지나자 무릎 통증은 점점 심하여 걷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밤에는 통증으로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미련을 떨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며 잔소리하는 아내를 따라 병원에 가니 왜 그리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우선 내 무릎 촬영을 한 의사선생님은 무릎에 염증이 심하다며 한 달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진료를 받고 병원을 나오려니 또 아내의 잔소리가 시작 되었다.
“내 말을 들었으면 당신은 이렇게 고생 안 해도 되는데, 괜한 고집만 피우더니... 이젠 당신도 젊은 나이가 아니라는 것을 아셨죠?. 그나저나 이젠 누가 청소하고 집안일을 해야 하나. 그렇다고 파출부를 쓰기는 그렇고”하며 아내는 걱정이 태산이다
아프다는 핑계로 그날 점심은 집 근처 칼국수 집에서. 저녁은 아내가 좋아하는 추어탕 집에서 해결하니 때 아닌 외식바람이 우리 집으로 불어온다. 저녁식사 후 아내와 함께 뒤뚱거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인을 만나니 우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다.
“아니 두 분 교통사고 나셨나봐. 그래 다른 곳은 괜찮으시고,”하며 꼬치꼬치 물으신다. “아니에요 저는 계단에서 넘어졌고요. 이이는 무거운 화분을 들다가 그만...” “어머머, 그래요? 어쩜 두 분은 아픈 것도 닮으세요. 그것도 왼쪽 다리로, 멀리서 보면 오리부부가 뒤뚱거리며 걸어가는 것 같아요 호 호 호”
그 소리에 우리 부부도 서로를 한참 쳐다보다 그만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우리 부부는 꼭 닮은 오리부부야. 오리부부, 우와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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