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들라면 아마도 인구감소가 가장 절실할 것이다. 인구 감소로 경기가 위축되고 지방교부세가 점차 줄어 지자체 생존마저 우려해야 할 판이니 말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후보가 인구 5만도 아니고 ‘경제특별군 선포로 인구 4만 시대를 열겠다’고 들고 나왔겠는가. 어찌보면 다른 지자체가 얕보거나 상대적 우월감을 가질 수도 있을 법하다.
한때 인구 11만이던 보은군의 인구는 급속히 줄어 인구 3만 5000명이 채 되질 않는다. 그나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어 65세 이상 노인의 인구비율이 27% 내외다. 이러다 보니 정치적 경제적 힘없는 서자로 취급받아 소외받거나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농업기술원과 축산위생연구소의 보은이전 흐지부지 소식이나 첨단산업단지 축소, KT 등 공공기관 이전 소식은 보은의 현주소를 잘 반영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어 안타깝고 서글프다.
혹자들은 말한다. 인구 축소는 단지 보은뿐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이를 위안 삼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보은과 다른 지자체를 비교하기엔 보은의 사정이 너무 초라하다. 한 예로 보은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인 10% 내외인데다 공무원 급여에 절반의 지방세 수입도 나오질 않을 정도로 형편없는 재정살림 구조로 정부지원 없이 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부익부 빈익빈 사회현상 관점에서 보면 앞으로 더 어려울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무엇이 보은의 사정을 이처럼 처량하게 만들었을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확한 진단이 제시되어야 하고 대책이 나와야 한다. 개인적으로 볼 때 보은의 엘리트층으로 여겨지는 준공무원 포함 공직자들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보은군청 공무원을 비롯해 교육청, 학교, 경찰서, 농협, 전력공사, 국도유지 등 대략 1600여명의 공직자가 보은서 직장을 갖고 급여생활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 보은공장에 600명 정도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여기서 돈을 벌지만 대다수는 교육이나 생활의 편리를 내세워 생활은 밖에 나가 하고 있다. 특히 학교 교사들의 경우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교장 교감은 말할 것도 없고 10명 중 9명 교직원이 인근 청주나 대전에서 출퇴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농협인들은 물론 보은의 발전 축으로 기대가 컸던 한화 직원들도 대다수가 나가 생활하고 있다. 돈은 보은서 벌고, 쓰는 것은 다른 곳에서 쓴다. 이러니 애향심은 고사하고 보은의 경제가 살찌워지겠는가. 궁극적으로 지자체가 있음으로써 생긴 자기 조직의 밥그릇을 스스로들 놓는 격은 아닌지 곱씹어 볼일이다.
지난 7월 보은군청 사무관급 승진인사들의 주소를 듣고 놀랐다. 승진자 4명 중 3명이 보은이 아닌 타지 출퇴근자들로 채워졌다. 고의로 그렇게 인사를 진행한 것도 아니겠지만 또 거주의 자유도 있고 일하는 능력과 연공서열 등으로 검증된 인사였겠지만 책임 있고 역량 있는 인사들마저 보은을 기피한다면 보은의 미래는 기대하기 어렵고 참담하다. 보은을 지키는 사람이 오히려 무능력자란 낙인으로 전파돼 파급될 수도 있다. 더불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마저 학생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향하는 이들의 행태를 학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할지 참으로 안타깝다.
지역 생존을 위해 지금이라도 지역에서 이들을 거주하게 하는 몸부림이 모색되어야 한다. 지역거주 공직자가 우대받는 조례제정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주거의 자유가 있으니 안 된다고 미리 단정 짓지 말고 지혜를 짜낸다면 묘안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가령 연봉 3000만원인 100명의 공직자가 새로 이곳에서 둥지를 튼다면 그 돈이 얼마이며 지역경제에 절대 도움이 된다. 그래야 직장도 지역도 생기가 돈다. 달리 보면 조직의 분위기가 문제지 실력은 거기서 거기다.
/김인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