壬午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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壬午 새해 소망
  • 보은신문
  • 승인 2002.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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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건 식(전 군 농정과장)
며칠전 집안 조카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들을 낳았는데 무슨 띠냐" 는 것이었다. 너무나 상식적인 것 같으나 아이들 생일을 양력으로 차려주는 젊은이들에게는 정월에 출생하는 아이들 띠가 무엇인가 하는 혼동이 올 수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년은 壬午년이라는데 과연 언제부터 임오년으로 볼 것인가. 옛날에도 太歲를 삼는 기준이 여러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冬至부터 시작한다는 설이다.

동지란 일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어 음(陰)이 극에 이르지만 이날을 계기로 낮이 다시 길어지기 시작하여 양(陽)의 기운이 싹트는 사실상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로 중국 周나라는 지금의 11월을 정월로 하고 동지를 설로 삼았다한다. 이러한 중국의 冊曆과 풍속이 우리 나라에 전해져 옛 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죽음으로부터 부활하는 날로 생각하고 경사스러운 속절로 삼았다.

이것은 동지를 신년으로 생각하였던 고대의 유풍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통사회에서는 흔히 동지를 "작은설" 이라 하여 "설" 다음가는 경사스러운 날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옛말에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 팥죽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 라는 말이 전해 온다. 立春부터라는 사람들도 있다 일년은 春夏秋冬의 네 계절로 됨으로 첫 계절인 봄은 입춘부터 시작됨으로 태세도이 때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두 가지 설이 모두 일리가 있으나 대부분 태세는 음력설을 기준으로 했지만 지금은 양력 1월1일부터 태세를 기준 삼으니 2002년 1월에 낳은 아이는 뱀띠인가 아니면 말띠인가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큰손녀가 1995년(乙 )음력12월27일(1996년 丙子 2월15일) 출생하였는데 "돼지띠", 나이도 양력으로 치면 꽉 차지만 음력으로 쳐서 억울하게 한 살 더 먹은 것으로 한다고 답변해 주었다. 이 글을 보실 때는 명실상부한 壬午년일 것이다. 이미 지난 1월에 언론에서 특집을 만들고 석학들이 지난 壬午년을 반추하면서 "임오군란"을 이야기했으나 중요한 역사의 교훈이 빠져있음을 보았다.

임오군란은 척화파와 개방파, 수구 기득권 세력과 혁신 개혁세력이 현실대처를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사건으로 오늘 국내정치와 비슷한 환경속에서 전개된 사건이다 지금도 우리는 여러 세력이 권력투쟁을 유발하면서 보수세력과 개혁세력간의 싸움은 정도를 벗어났으며 북한 정책을 비롯한 모든 현실문제에 대한 심각한 이견을 보이는 것은 쓰라린 역사를 체험한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KBS2의 명성황후도 때맞춰 임오군란을 그리고 있다. 대원군의 보수파와 민씨 척족의 개화파 사이에 권력투쟁으로 유발된 임오군란은 일본의 군함이 인천에 상륙하고 정부의 요청에 의해 서울에 들어오는 청군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처연한 심정이었다.

눈발이 휘날리는 장면(사실은 임오군란은 여름에 일어났다)속에 당당하게 서울에 진주하는 청군의 말발굽은 열강들이 이 땅에 군대를 파견하는 꼬투리가 된 사건이 아닌가? 서울에 외국 군대가 들어온 것은 고려 때 몽고군, 임진왜란 때 왜군, 병자호란 때 만주족 군사들이 있었으나 전쟁이 끝나면 떠났지만 임오군란이후 주둔한 외국군대는 100년이 넘게 주저앉지 않았는가? 때문에 오늘날 용산기지 반환문제가 초미에 관심사가 아닌가? 지금 지구상에 100년이 넘게 수도에 외국군대가 주둔하는 나라가 우리 외에 누가 있는가? 이것이 임오군란으로 야기된 큰 역사의 교훈인 것이다.  

나의 임오년 소망은 평화가 이 땅에 정착되는 해. 그리고 그를 바탕으로 통일의 주춧돌을 확실하게 놓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우리 수도에 외국군이 주둔함이 없어도 우리가 우리들의 방위를 떳떳하게 감당할 수 있는 세상이 성큼 다가오기를 기대한다.

<정이품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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