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모니에 인생 싣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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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에 인생 싣고 달린다’
  • 천성남 기자
  • 승인 2010.08.19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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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보은군 개나리합창단 단장
언제나 웃는 얼굴, 상냥한 목소리 덕분에 다시한번 얼굴을 쳐다보게 만드는 사람, 그런 사람을 두고 매력 넘치는 사람이라고들 말한다.
자신 스스로도 너무나 행복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요?’ 라고 자문하며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상대방을 금방이라도 무장해제 시키려는 능력을 가진 사람, 바로 그 사람이 현 개나리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인 박은영(60)씨다.
“우리 개나리합창단은 타 시립합창단이 연주해 내는 모든 곡들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정도의 실력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는 단원수가 부족하여 제 성량의 화음을 소화해 내지 못해 어려움이 크죠. 어우러지는 하모니의 정도로는 40명이 되어야 하는데 현 인원 25명 만으로 전 화음을 소화해 내려니 무척 힘이 듭니다.”
단지 노래만 좋아하면 누구라도 합창단원이 될 수 있다지만 여전히 정원이 채워지지 않아 노심초사하는 박단장은 그러나 합창단의 성량에 대한 자부심만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그것은 실력보다는 연습량에 비례한다는 '연습의 원칙'을 고수하고 싶은 그다.

◇올 1월 김순덕씨에 이어 다시 단장으로

그는 올 1월에 김순덕(월드컵 가든 대표)씨에 이어 다시 단장으로 활동하게 됐다. 년 수로 치자면 그의 단장생활이 도합 8년 쯤이나 된다.
노래가 곧 삶이 된 박 단장은 "인생에 노래가 있어 언제나 마음이 부자고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임신 했을 때 노래 영향으로 태교를 잘 해 아이들이 잘 자라 준 것 같다는 생각을 지금도 굳게 믿고 있다.
“합창단 자체가 제게는 바로 ‘축복’이 아니었나 싶어요. 군의 꽃인 ‘개나리’에서 따온 합창단 이름만으로 열심히 살아 왔어요. 합창단 덕분인지 아이들도 너무 분에 넘치게 잘 자라주었고 남편의 사랑도 덤으로 받으며 살고 있어 이게 모두 하모니의 신비로만 느껴질 정도입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구연동화를, 목요일이면 장애인들의 봉사자로 활동을 펴는 그는 1인 다역을 해내는 맹렬여성이기도 하다.
그날따라 고운 여름한복에 곱게 화장한 그의 얼굴에는 어디를 쳐다보아도 보여야 할 나이가 없다. 그만큼 젊은 인생을 살고 있는 그다.

◇서로 하늘처럼 떠받들며 사는 '잉꼬부부'

그는 하루도 모자람 없이 꽉 채워 정년퇴직한 남편을 하늘같이 알고 산다. 그런 남편도 그를 하늘처럼 떠받들고 산다.
남편 김성수(65)씨는 계절과는 상관없이 새벽 4시면 일어나 10㎞의 마라톤을 뛰며 적어도 1년에 서너 번은 전국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심심찮게 우승컵을 거머쥐는 사람이다.
그 어느 겨울에도 이렇게 마라톤 연습을 하다가 온몸이 하얗게 눈을 맞아 눈사람이 되어 돌아온 적도 한두 번이 아니란다.
“남편이 너무 잘해요. 어쩔 때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기도 해요. 그러나 생각해보면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던 탓에 이런 융숭한 대접을 받는 것이라 생각하니 오히려 시어머님이 그립죠. 남편 왈, 시어머니로부터 받았던 시집살이에 대한 보상이라나요?”

◇고된 시집살이 노래로써 위로받았던 시절

“며느리로 들어와 3개월이 채 안 되었을 무렵 시아버님이 병을 앓다 돌아 가셨어요. 모든 게 제 탓처럼 여겨져 무척 괴로웠어요. 그러나 시어머님은 이보다 더 저를 힘들게 하셨어요. 제 탓이란 생각을 하셨던 것 같아요."
늘 온통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처럼 보이는 그이지만 한때는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견디지 못해 노래로 감내해온 인고의 세월도 안고 있었다.
그럴 때면 그는 우는 것 대신 합창단으로 달려가 하모니에 온몸이 전율하도록 슬픔을 싣고 오로지 앞만 보며 달려온 그였다.
1남 2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장녀 보연(35)과 이란성쌍둥이인 공군전투조종사인 아들 한봉(33), 딸 혜옥(33)이를 키우며 그의 시름과 억울함은 눈 녹듯이 스르르 다 녹았다.
“너무 젊은 나이에 홀로 되신 시어머님이 안쓰럽기까지 했어요. 많이 혼이 난 날은 합창단으로 달려가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나면 가슴 속이 후련해졌어요. 합창이 제게 준 인생의 큰 선물이죠.”

▲ 현 지휘자인 강항구(테너)씨는 시립 브르클린대 음악대학원 출신으로 현 당진 군립합창단 부 지휘자, 청운대학교 방송음악과 겸임교수다.
◇1991년 5월 31일 개나리합창단 창립 연주

개나리합창단 초대 멤버로 활동했던 그는 1991년 5월 31일, 첫 지휘자였던 최경하씨를 떠올렸다. 최 씨는 현재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당시 중앙교회 교인이기도 했다.
“최경하 씨 덕분에 우리 합창단이 창립 연주회를 갖게 됐고 당시 초대단장으로는 초등교사 출신이던 김순환씨가 맡았으며 현재도 노래를 부르며 방과 후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당시 부단장이었던 정명선(현 인우원원장)씨와 박순영 파트장을 주축으로 15명씩 4파트로 나눠 45명 정원으로 합창단은 시작이 됐다.
초창기엔 어준선, 박준병 의원등이 서울 신라호텔에 합창단을 초청, 행사를 가진 것은 물론 축하곡으로 1년에 한번 꼴로 충청도민행사나 초청행사도 가졌다고 설명한다.

◇오는 10월 28일 '어느 멋진 날에’연주회 계획도

군 예산으로 연 1000만원의 예산지원을 받는 합창단은 군 개최 행사에 빠짐없이 참가한다. 그래서 지역민들도 이젠 호응도가 높다. 무엇보다 지역을 위해 문화혜택을 줄 수 있는 보람과 뿌듯함을 그렇게 찾는 그들이다.
“그동안 도민체육대회, 동학제, 오장환문학제, 릴레이자원봉사 등등 다양한 군 행사에 참여하며 1년에 한번 정기연주회를 개최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는 너무 부족한 예산이죠. 지휘 선생님의 기본봉급도 되질 않아요. 그래서 회원들이 십시일반 회비를 내어 충당해 왔습니다.”
특히 많은 지휘자들이 합창단을 위해 맣은 노력을 해줬지만 현재 합창단을 이끌고 있는 강항구 지휘자는 클래식, 가곡 등 할 것 없이 음의 세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지휘자로 그는 칭찬하기에 침이 마른다.
박 단장은 “그러나 가장 어려움이라면 적은 예산으로 지휘자 분들에게 좀 더 나은 대우를 해드릴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라며 “처음에 군 예산 배정이 없었을 때는 단체장 부인들과 회원들의 회비를 통해서 비용을 충당해 왔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말쯤 보통의 여성, 주부들로 구성된 개나리합창단이 소프라노, 메조, 알토 등 3파트의 환상적인 화음으로 군민들을 위해‘10월의 어느 멋진 날에’제목의 연주회를 계획하고 있어 가슴이 벅차 오른다고 그는 말했다.
/천성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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