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여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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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여자친구
  • 송원자 편집위원
  • 승인 2010.08.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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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들의 여자 친구가 떠나는 날 아침에 아이를 깨우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엄마야! 그래 너 어제 여자 친구랑 헤어지면서 많이 울었니?” “뭐 그냥~” 얼버무리는 작은 아들 녀석 목소리에서 아픔이 묻어 있다. “그래. 마음이 안 좋겠네. 그 애는 걔대로 7년간 열심히 해서 성공하고 너는 네 계획대로 열심히 하면서 지내길 바래. 각자 가야할 길이 있으니까, 시간이 가면 좋은 날이 있겠지.” 그렇게 이야기를 하니 아들은 “엄마! 그 애가 성공하면 인정해줄 거야?” 한다. 난 그 말에 순간 좀 당황했다. 평소 친구 정도로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아이는 그 이상을 생각해 왔나보다. “인정? 그건 네 목표가 이루어지면 인정해 줄 수 있어.” “어 정말 ~” “그래 네가 너의 길을 제대로 못가면 절대 인정 못해. 네가 성공한다면 너의 말을 다 들어줄 수 있어. 그 애가 성공하든 못하든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아.” “ 난 엄마가 그 애를 많이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야 그건 그 애를 자주 만나서 너 공부하는데 지장이 있을까봐 그랬지. 한 번 정도는 만나보고 싶었어.” “어 나도 그런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많이 싫어하는 것 같아서 얘기 안했어요. 내년에 나오면 만나 보세요.” “그래 그 애 떠나니까 마음이 좋지 않겠네.” “응~ 엄마 너무 슬퍼요.” “그래 한참 갈 거야. 그리움은 더 할 테고...그렇지만 그 애는 더 힘들 거야.” “뭘요. 걔는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나보다 덜 할 것 같아요.” “그건 아니야. 가족과 떠나서 아는 사람 없이 언어와 음식 등 여러 가지로 너보다 훨씬 힘들 거야. 연락하면 많이 위로해 주거라.” 아주 모처럼 아이와 난 한 마음이 되었다. 아주 많이 아픈 아들의 마음처럼 내게도 아픔이 오고 유학을 떠난 아들의 여자 친구를 염려하게 된 것이다.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뒤, 여자 친구가 생겼는지 궁금하여 아들을 만날 때면 묻곤 했었다. 두 번 정도 잠시 여자 친구를 사귀고 헤어졌던 것 같다.
작년 가을 어느 날, 아들집에서 두 아들과 나란히 누웠는데 작은 아들이 내게 “엄마 나 여자 친구 있어요.” 하는 것이었다. “어떤 앤데...” 나의 질문에 아들은 후배 여자 친구의 친구라고,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악기를 전공하고 유학준비에 있다고 말했다.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 반가웠고 많이 궁금했지만 더 이상은 물어 볼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옆에 누워 있는 큰 아들이 얼마 전에, 여자 친구와 헤어진 상태라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녀석은 형의 마음이야 어떻든 은근히 자랑을 한다. 마음에 꽤 드는 것 같았다.
그 이후 아이들 집에 가서 청소를 하다보면 긴 머리칼이 나오고, 녀석의 성적이 신통치 않아 불똥은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튀어 여자 친구랑 너무 자주 만나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며 만나지 말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내 생각은 아들의 여자 친구는 아들과 가는 길이 같아서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아이였으면 했다. 그래서 빨리 그 애가 유학을 떠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내 아이에게 수시로 했었다.
지난 3월, 화이트데이 때는 큰 애가 시험이 있어서 서울에 있었다. 큰 애는 잠시 학교에 다녀오겠다고 하더니 초콜릿과 사탕을 사가지고 와서 내게 안겨 주었다. 지갑을 잃어버려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돈을 빌리는데 일요일이라 친구들이 나오지 않아 좀 난감했고, 신촌에 가서 사오느라 늦었다고 했다. 그런데 작은 아들은 짐을 시내버스 타는데 까지 들어다 준다며 따라 나왔다. 그러면서 여자 친구와 내일이 1년 되는 날이라고 한다. “그래 넌 네 여자 친구가 소중하고 엄마는 안중에도 없지? 오늘이 화이트데이 인데도 신경도 안 쓰고 네 형 봐라.”라고 말을 하니 사탕은 사지 못했다며 내게 만원을 내밀면서 차비를 하라고 한다. 어찌 아이에게 내 존재와 여자 친구를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우린 서로 마주 보며 웃고 말았다.
그 이후에도 여자 친구 이야기를 하면 잘 만나고 있다고 했으며 그 아이가 그렇게 좋으냐고 물어 보면 무척 좋다고 했다. 남편과 난 아이의 여자 친구가 빨리 제 갈 길로 가기를 바라며 유학을 떠나는 날인 8월 12일을 많이 기다렸었다.
그런데 막상 그 날이 다가오니, 내 마음도 아이 마음처럼 심란했다. “엄마! 슬퍼~”하던 작은 아들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고 일이 잘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는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깨어있는 시간도 반 이상은 작은 아들한테 가있다. 그리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내 아들이 좋아하는 그 아이가 가야 하는 그 길이 그저 떠오르고 걱정이 된다. 그 동안은 못마땅했지만 그 아이가 안타깝게 그립고 눈물겹게 보고 싶어진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난 내 아이의 엄마니까, 나 역시 그 아이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늘 영원한 건 없듯이 아이들의 마음이 변해서 각자의 길을 간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만은 두 아이를 함께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아이가 이국에서 자기의 길을 잘 개척해 나가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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