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희 의원, 속리산 발언 진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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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희 의원, 속리산 발언 진심은?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0.08.1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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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
지난달 31일 속리산에서 열린 민주사랑 충북지역 하계 야유회에서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의 “때가 되면 민주당으로 자연스럽게 돌아갈 것”이라고 행한 발언이 정치권에 파문을 몰고 왔다. ‘탈당 후 민주당 복당’으로 비쳐지면서 이 의원이 해명에 애를 먹었고 선진당 이회창 대표까지 진화에 가세했다.
이날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함께 한 자리에서 이 의원의 “자유선진당은 충남지사와 천안 국회의원 선거에서 모두 져 미안한 얘기지만 이미 수명이 다 됐다”며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으로 돌아갈 것”이란 언급이 발단이 됐다.
그러자 자유선진당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회창 대표는 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그런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는데 알아보니까 그런 취지가 아니고 취지가 과장되게 전달된 것 같다”며 “본인의 말을 전해들은 바에 의하면 탈당하고 돌아가겠다 그런 것은 아니다. 자기가 어떻게 자유선진당을 탈당하느냐, 탈당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라며 이 의원의 발언 의미를 축소했다.
이 대표는 정동영 의원의 정치 행사에 참석해 그런 이야기를 한 데 대해서도 “두 분이 개인적인 관계가 굉장히 가깝다.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이번만이 아니고 전에도 몇 번 자리를 같이하고 한 것이 있었다”며 “정당을 달리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관계까지 전부 관련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날 연합뉴스 보도에서 이 의원은 민주당 복귀 가능성을 완전 차단하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에 대해 “내년쯤 가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폭적인 정계개편이 이뤄질 텐데 그때가 되면 주변과 상의해 방향을 정하겠다는 뜻”이라며 “서둘러 선진당을 떠날 이유가 없으며 민주당행도 그때 가봐야 알지 아직 결정된 사항도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그의 이번 발언으로 당 일각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과 함께 정가에서는 선진당이 보수대연합의 시동만 걸어놓고 제대로 힘 한번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돌았다. 이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이란 지적에 대해 “당장 내가 무슨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정치도의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 의원은 평민당 부총재,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새천년 민주당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으나 지난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선진당으로 당을 옮겼다.

◇ 자유선진당 ‘움찔’
이용희 의원의 발언에 특히 선진당이 ‘당황했다’는 전언이다. 선진당 내에서 이 의원이 갖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 전 통합민주당 시절 행정자치위원장과 국회부의장을 거치며 화려한 정치인생을 보냈다. 그러나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이 의원은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당을 바꿔 5선의 현역 최고령 의원이 됐다.
그 당시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 홍보간사를 맡았던 박경철씨는 이렇게 회고했다. “이용희 의원을 탈락시킬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당에서는 충북의 교두보가 무너지고 충북이 다 넘어간다고 야단이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반대로 이용희를 버려야 민주당이 산다고 맞섰죠. 구시대와 구태를 상징하는 이 의원을 배제해야 충북의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우리를 선택할 명분을 준다고 했죠.” 이 의원의 비중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신 자유선진당은 이 의원을 공천함으로써 충북 교두보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조직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 의원 자신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충청권을 당 기반으로 하는 선진당 입장에서 대전과 충남 외 충북진출로 정치지형을 넓혀놓았으니 이 의원이 탈당을 결행하면 단순히 의석 한 자리가 비는 것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도 함의하게 된다.
이 의원은 올해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6.2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면서 보은 옥천 영동 남부 3군의 군수 선거를 2006년에 이어 연거푸 석권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불과 2~3개월 앞두고 선진당 공천이 확실시됐던 보은과 옥천 현직 군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대리 주자를 내세웠음에도 모두 당선시켜 그의 저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령임에도 본인 의중과는 상관없이 지역구에서 그의 차기 총선 출마 가능성을 비중 있게 열어두고 있는 점도 식지 않는 그의 정치역량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 각별한 이용희와 정동영
외형상 민주당 당원들의 모임임에도 ‘민주사랑 모임 충북모임 하계 야유회’에 자유선진당 당원들까지 자리를 함께 했다. 민주당 당원보다 선진당 소속 당원이 더 많았다고 해도 지남침이 없을 정도로 선진당 당원들도 대거 참석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 대부분은 민주당에서 활약했지만 이 의원의 민주당 탈당에 따른 도미노 효과로 민주당과 선진당으로 나뉘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군수후보를 내보내지 않는 대신 선진당 이 의원은 이시종 민주당 충북지사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선진당이 충북지사 후보를 못냈기 때문에 같은 야당으로서 또 오랜 세월을 같이한 동료로서 인간적으로 이 후보를 도운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의원과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의 끈끈한 관계에도 시선이 모아진다. 이 의원은 2007년 대통합민주당이 정동영 후보를 내는데 1등 공신이다. 정 의원이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하는데 이 의원이 결정적 공헌을 했고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호남을 제외한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둔 가운데서도 지역구에서 선전했다.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의원은 정동영 캠프 좌장이었고 당 대선 후보가 된 뒤에도 최고고문직과 조직자문위원장을 맡아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정 의원의 보궐선거 출마 당시에도 무소속 출마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는 등 돈독한 관계다. 정 의원도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었을 시 이 의원을 두둔했고 올해 이 의원의 팔순 잔치를 주선하는 등 남다른 친분이 지속되고 있다.
/김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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