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식 자리마련은 부작용이 따른다
상태바
상향식 자리마련은 부작용이 따른다
  • 김인호 기자
  • 승인 2010.08.12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은군이 민원을 전문으로 다룰 비서직 신설을 추진해 성사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군이 구상하는 민원담당 비서는 임기 4년의 별정 6급 계약직으로 옴부즈맨 제도와 민정수석의 기능을 겸비할 것이라고 한다. 취임 두 달째 접어든 정 군수는 최근 “대부분의 민원이 이해당사자 간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많고 법의 잣대에 의해서만 처리돼 군민간, 군과 민원인 사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민원인의 시각에서 민원을 사전 조정하고 법령과 민원현장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민원담당비서의 운영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군은 이에 따라 지방공무원정원조례 및 규칙 개정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했다. 민원담당 비서에는 정 군수와 오랜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한 외부인사 중에서 한 명을 영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반응은 정 군수가 몸담고 있는 자유선진당 내에서조차 적·부 두 가지로 나타난다. 비서 업무를 분담해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담당부서와의 소통이 활발해 질 수 있다는 것과 외부인사는 당선 전부터 정 군수를 잘 알고 군수 임기 중에만 재직할 수 있어 직언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주장이다. 반면 선거에서 정 군수를 도와 준 것은 군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도와 준 것이지 군 운영에 개입하기 위해 도운 것이 아니라며 민원비서의 채용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민원담당 채용은 정 군수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강하게 미치기 때문에 추후 실이 많다는 계산이다.
이렇다보니 지방공무원정원조례안을 심사하게 될 선진당 소속 군의원들도 쉽지 않은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의안이 상정될 경우 과반 이상을 점유한 이들의 의도에 따라 개정안 통과는 결판나겠지만 자칫 의원 자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 역량 있는 몇몇 당원과 주민으로부터 항의성 미팅과 주문전화가 쇄도했다. 핵심은 “이미 조례개정안 통과가 예정돼 있다. 만일 의회가 이 사안을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승인한다면 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다.
이번 일은 터질 일이 터진 듯한 느낌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 군수는 성향이 다른 여러 운동원들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선거 전부터 뜻을 함께 해온 정 군수와 측근 그리고 전 한나라당 당원, 이용희 의원과 자유선진당 당원, 이향래 전 군수 측근 등 그동안 행보로 비쳐볼 때 오월동주 격인 사람들이 모여 쉽지 않은 선거전을 치렀기 때문에 선거 후 갈등이 표출되리라는 예상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이번 민원비서 채용안이 그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둘러싼 말들이 많지만 선거 후 어느 정도의 논공행상 논란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부인하든 아직까지 우리 선거 문화가 조직과 사람을 요구하고 있고 권력을 잡기 위한 정치의 특성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 상 서로의 관계를 소홀히 할 수만은 없다. 만일 모든 것을 다준 주군이 자신을 팽한다면 마음의 상처는, 그 지도자는 어떤 모습으로 외부에 비쳐지겠는가. 또 조직에 메기효과(한 마리 메기를 어항에 집어넣었을 때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원비서 채용 도입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으로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자리가 필요와 명분에 의해 역량을 발휘해보라는 기회의 자리가 될지언정 역으로 상향식(밑으로부터 위로) 요구에 의해 자리가 주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말이 들리기에 하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그런 자리는 불필요한 잡음과 오해와 의혹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서로에게 화가되고 지역에 균열을 가져오는 등 의도와 동떨어지게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인호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